[현장에서]이철용/늘어날 보유세 어디에 쓸까

  • 입력 2003년 11월 6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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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대책’은 자본주의에서 상상할 수 있는 규제 수단을 총망라했다고 정부는 자부한다. 1주일도 안 돼 투기지역 아파트 거래가 꽁꽁 얼어붙고 호가가 급락하고 있다. 약발이 듣는 것 같다.

이것으로 정부는 할 일을 다 한 것인가? 그건 아니다. 10·29 뒤처리가 남아 있고 10·29가 미처 손대지 못한 주택 현안도 널려 있다.

‘10·29 뒤처리’란 부동산 관련 세금의 과표 및 세율 인상으로 늘어나는 세금 징수액을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걷어 재량껏 쓸 수 있는 보유세(종합토지세+재산세)가 문제다.

이번 대책이 적용되면 투기지역에서 보유세 세수(稅收)는 종합토지세가 50% 이상, 재산세는 2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강남구로 치면 보유세 부과액이 올해 1332억원에서 2005년에는 2580억원 남짓으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현재로선 강남구에서 걷힌 막대한 세수 증가분은 다시 강남구에 풀리게 된다. 지방분권의 대의에 걸맞은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10·29 정신’에도 부합할까?

10·29 정신은 투기열풍이 낳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사회적으로 환수하고, 나아가 강남과 비(非) 강남의 주거여건 격차를 좁혀 과도한 불로소득의 발생 자체를 막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남의 세수 증가분은 지방을 포함한 강남 이외 지역의 주거여건 개선에 쓰이는 게 옳다.

한편 10·29가 간과한 중요한 현안은 서민층 주거안정 대책이다. 정부는 다만 “현재 60만 가구인 임대주택을 2010년까지 150만 가구로 늘리겠다”고 천명했다. 주택 구입자금을 장기 저리의 확정금리로 빌릴 수 있는 모기지 제도를 내년에 도입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역대 정권을 통틀어 가장 대표적인 공약(空約)이었다.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서민들의 가슴에 멍만 키울 수도 있다. 정부가 목에 힘을 주고 선전했던 모기지제도는 정부 출연금이 계획의 5%로 깎이는 등 벌써부터 지지부진이다.

내년은 전세 불안이 해거리로 반복되는 짝수 해다. 10·29대책에 따른 세금 증가분이 전세금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높다. 10·29는 결정판이 아니라 오픈 게임인지도 모른다.

이철용 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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