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명의 체험여행]'재미'와 '실속'의 도자기 만들기

  • 입력 2003년 10월 24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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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에 문양을 넣고 있는 도예교실 참가자들(위). 이천 세계도자기센터에 있는 전통가마.
도자기에 문양을 넣고 있는 도예교실 참가자들(위). 이천 세계도자기센터에 있는 전통가마.
흙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에 따라 어릴 적 흙장난하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요사이 도시에서 흙장난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흙장난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젊은 엄마들은 질겁을 하고 말린다. 흙 속에 들어 있을 무수한 세균 때문이다. 그 엄마들 입장에서 보면 옛날에, 혹은 요사이 농촌에서 아이들이 흙장난을 하면서 놀고, 때로 그 흙을 입에 넣기까지 하면서도 어떻게 무사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그만큼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현대인들은 흙으로부터 멀어졌다. 하루종일 흙을 밟지 않고 지내는 도시인도 많다. 하지만 흙맛을 아는 이들은 흙더미 속에 손가락을 푹 찌른 채 축축하고 말랑한 흙을 주무르고 싶어질 때가 있을 것이다. 이때 해볼 만한 것이 도자기 만들기 체험이다. 문화센터나 평생교육원에서도 필수과목으로 꼽히는 도자기 만들기 체험은 가장 널리 보급된 체험여행이다.

경기 광주, 이천, 여주에서는 10월30일까지 세계도자기 비엔날레 축제가 열린다. 두 달 동안 이어지니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진행되는 축제이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축제다.

세계도자기 비엔날레는 2회째에 지나지 않지만 이천 도자기 축제는 17회째, 광주 분원 왕실도자기 축제는 6회째, 여주도자기 박람회는 15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전통 도자기 공방이 가장 많은 이천의 경우는 설봉공원에서 축제가 열린다. 설봉공원은 설봉산 아래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시민들의 쉼터다. 공원 맨 위쪽에는 상설전시관인 이천 세계도자기센터가 있다. 도자기센터 진입통로는 거대한 흙가마 형상을 하고 있다. 흙가마 통로를 지나면 광장이 나오고, 도자기센터 옆에는 전통가마 두 개가 있다. 수시로 그곳에서 도자기를 구워내는데, 날을 잘 맞춰가면 도자기를 넣고 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설봉공원에 마련된 이천 도자기 축제 행사장의 경우만 헤아려서 올해 약 200만명의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성공적인 축제인 셈인데 그 행사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도예교실, 물레 체험장이다.

도자기 제작과정은 흙으로 빚고, 문양을 넣고, 채색하고, 굽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도예 체험장에서는 굽는 과정을 뺀 나머지 과정들을 선택해서 체험할 수 있다.

이제 흙을 만져보자. 흙은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형태로 가공돼 있다. 그 흙을 물레에 얹고서 자기가 만들고 싶은 형태로 성형한다. 물레는 손물레와 발물레, 기계물레가 있는데, 기계물레를 사용하면 손쉽고 편리하다.

잘 치댄 흙을 물레에 척 붙이고 작업을 시작한다. 이때 중심이 맞지 않으면 흙이 날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흙을 만진 첫 느낌은 흙이 의외로 단단하다는 것이다. 영화 ‘사랑과 영혼’ 장면처럼 흙이 주르르 흘러내릴 듯 부드러울 거라는 상상과는 사뭇 다르다. 물레에 올려지는 흙은 오랫동안 치대어 반죽한 것이기 때문이다.

발로 밟거나 밀가루반죽처럼 치대는 이 과정을 충실히 하면서 성질이 다른 흙을 섞기도 하고 공기구멍도 완벽히 없애주어야 한다. 공기구멍은 나중에 도자기를 구웠을 때 금이 가게 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발로 기계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조심스럽게 흙을 만지기 시작한다. 구워진 도자기는 15% 정도 줄어들므로 그것을 감안하고 크기를 잡아야 한다. 크기를 잡았으면 기둥을 세우듯이 흙뭉치를 두 손으로 일으켜 세운다. 그러고는 엄지로 안을 파고 들어간다. 흙이 단단하기 때문에 안으로 파고 들어가는 일이 쉽지는 않다. 초보자는 도예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안을 파고 들어간 다음 넓힐 때는 가만히 쥔 주먹을 살짝 댄다. 이제부터 아기 다루듯 흙을 살살 다뤄야 한다. 모양을 만들려고 성급하게 손을 대거나 힘을 주면 모양이 일그러지거나 아예 뭉개져버릴 수도 있다.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 대면 그 손의 감촉만으로 흙은 저절로 모양을 달리한다. 비로소 ‘사랑과 영혼’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두꺼운 비닐(고무장갑 자른 것 등)을 손가락에 감싸 도자기의 운두를 날렵하게 다듬으면 성형은 끝이다.

이천 세계도자기센터의 앞마당 풍경(위).이천 도자기 축제장에서 펼쳐진 마임.

◇ 온 가족 주말여행 코스로 제격

이제 문양을 넣을 차례다. 문양을 넣는 도구는 다양하다. 자기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을 사용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날카로운 못 등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때 문양은 되도록 선명하게 그려넣는 것이 좋다. 유약이 발라지고 구워지는 동안 그림 선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구멍을 뚫는 기법을 사용하고 싶은 욕심은 접어야 한다. 도자기를 뚫으려면 적어도 하루쯤 말린 다음에야 가능하다. 채색 역시 도자기가 말라야 하므로 당일치기 체험에서는 할 수 없다.

도예교실에 따라 채색해볼 수 있는 마른 도자기를 준비해놓은 곳이 있다. 초등학생들은 이 도자기에 크레파스로 채색할 수도 있는데, 유약을 발라 구운 도자기는 아니지만 크레파스의 화려한 색감이 나는 도자기를 얻을 수 있다. 그림까지 직접 그리고 싶은 사람은 머그를 선택하면 된다.

도자기는 불의 예술이라고 한다. 그만큼 굽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자리에서 굽는 것까지 체험하기는 어렵다. 도예교실 중에는 기계가마를 쓰는 곳과 전통가마를 쓰는 곳이 있는데 한 가마 분량이 되어야 불을 지핀다. 그래서 도예교실에서 도자기를 굽고 나면, 빨라야 2~3주 뒤에 재벌구이까지 된 완성품을 받아볼 수 있다. 도자기 체험에 드는 비용은 1만~2만원이고, 완성된 도자기를 집에서 받아보려면 얼마간의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

이천시 마장면 표교리에 있는 ‘원점도예’의 정종혁씨(44)는 1박2일로 도예교실을 운영한다. 가족여행이나 직장 야유회를 와도 된다는 뜻이다. 1박2일 체험에 1인당 4만원이고, 4인 가족은 8만원이다. 여기에는 숙박비, 흙값, 교육비를 포함해서 재벌구이 된 완성품을 받아보기 전까지의 과정을 체험하는 데 드는 가격이 포함되어 있다.

도예교실을 찾아와 접시도 만들고, 그릇도 만들고, 술병까지 만들고 난 한 가족의 가장 왈, “한살림 장만했네”였다. 이번 주말에 직접 그릇 하나 만들러 도예교실을 찾아가보자.

허시명 여행작가 storyf@yahoo.co.kr(주간동아 4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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