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고형렬, '사람꽃'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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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꽃빛이 너무 아름답기로서니

사람꽃 아이만큼은 아름답지 않다네

모란꽃이 그토록 아름답다고는 해도

사람꽃 처녀만큼은 아름답지가 못하네

모두 할아버지들이 되어서 바라보게,

저 사람꽃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는가

뭇 나비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여도

잉어가 아름답다고 암만 쳐다보아도

아무런들 사람만큼은 되지 않는다네

사람만큼은 갖고 싶어지진 않는다네

- 시집 ‘성에꽃 눈부처’(창작과비평사) 중에서

구상 선생의 시 ‘가장 사나운 짐승’을 소개한 지 사흘만에 고형렬 시인의 ‘사람꽃’을 본다. 같은 사람을 두고 한 분은 ‘짐승’이라 하고 한 분은 ‘꽃’이라 하니 누가 옳은가.

예전에 박노해 시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하니 실상사 도법 스님이 ‘사람만이 절망이지’하고 되받는 걸 보았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화초 중에 인화초가 제일이라 하고, 유안진 시인은 ‘(조물주가) 가장 마지막 끝날 끝 순간에/말째로 지으신 바 사람아/가장 잔인하고 흉물스런 짐승아’하고 부르짖는다.

귀 얇은 나는 짐승도 옳고 꽃도 옳으니 꽃으로 살 것인가, 짐승으로 살 것인가. 짐승도 아름답고, 꽃도 아름다우니 짐승꽃은 없는가. 내 안에 얄이 나서 뛰는 짐승아, 네 짓밟을 꽃들이 한창이구나. 내 안에 벙그는 꽃봉오리야, 너를 보러 사슴이 오는구나.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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