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박종국 '배'

  • 입력 2003년 10월 17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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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도 아니고 돛단배도 아닌 ‘꺼먹 고무신’ 한 켤레 타고 의기양양 대해로 나가는 저, 저, 불개미 같은, 부모 속깨나 썩일 청춘이 어디 저이 하나뿐이었겠는가. 하지만 젊음만한 노와 젊음만한 돛이 어디 있으랴. 좌충우돌이 어디더냐 파란만장이 예로구나, 태평양 대서양 횡단 다 마쳤지만 끝내 건너지 못할 강 하나 남은 줄 이제 안다. 내(川) 중에 가장 깊고도 너른 어머니 속내.

입성도, 신발도 흔치 않던 시절이다. 칙칙폭폭 모래 실은 화물 기차도 되고, 송사리 담은 어항도 되던 고무신 한 켤레, 아직도 고향 냇가에 떠내려 간다.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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