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33…낙원에서(11)

  • 입력 2003년 10월 5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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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오면 나도 다 방법이 있지, 쓰 러(죽일 거야), 쓰 러, 라고 벌집을 만들어놓고 하는 수밖에, 나중에 헌병대에 고자질하면 그것도 성가시니까, 그냥 여성부대라고 치고 탕, 탕, 탕.”

남자는 나미코의 이마를 집게손가락으로 누르면서 소리내 웃었다.

“중대장은, 말썽 피우지 말라고, 가볍게 주의만 주고 끝이야. 다들 한창 하고 싶을 때인데, 사흘 낮밤을 물 한 방울 못 마시고 행군하다가 젊은 여자 봐 봐, 벌떡 벌떡 서지, 선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야. 죽은 놈은 여자 입에 자지 처넣어도 안 선다구, 아냐? 너 죽은 놈 자지 서게 할 수 있어?

숫처년 줄 알고 돌아가면서 하고 났더니, 안쪽 방에서 으앵 으앵, 하고 우는 소리가 나는 거야. 오카다가 엄마를 해치운 그 자지로 아기 입에다 대고 오줌을 갈겼지, 아직 목도 서지 않은 어린 애라 뱉어내지도 못하고 손발을 버둥거리더라구, 그때는 나도, 울지만 않았어도 이런 꼴은 안 당하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영 안 좋은데, 그래도 동료는 동료, 적은 적이니까, 일본이 지면 내 자식도 이런 꼴을 당하는 거는 마찬가질 테니까, 무슨 상관이겠어. 거짓말 같아? 다 사실이야. 더 재밌는 얘기 해줄까?”

나미코는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저었다.

“아아, 아아, 아주 좋아, 계속 고개 흔들어, 이빨 닿지 않게, 이빨 닿으면, 한 개도 남기지 않고 부러뜨려줄 테니까, 이빨쯤이야 맨 손으로 우득, 우득, 우드득이지. 네 년들 장사에는 이빨 없는 편이 더 좋은 거 아냐, 하하하.

여자를 사는 것도 나라를 위한 일, 이라고 노래하면서 우리들 흉내내고 지나가는 짱꼴라 쌍둥이 새끼 잡아서, 늘씬하게 두드려 패준 후에, 밥 지을 때 써먹으려고 행군에 따라붙였지. 사오일 비 맞으면서 행군한 다음, 기분도 풀 겸해서 좀 놀아줬지. 꽁지머리하고 꽁지머리, 두 손하고 두 손을 꼭꼭 묶어서, ‘자, 둘이 같이 가고 싶은 데로 가라!’하고 내걷어찼어, 뒤뚱뒤뚱 달려가는 놈들의 다리에 탕! 탕! 비는 철철 내리는데 쓰러진 한 놈의 몸을 질질 끌면서, 둘이 처벅처벅 도망치는 꼴이 얼마나 우습던지. ‘야, 이 느림보! 한쪽 다리도 맞아야 정신차릴 거야. 빨리 꺼져!’라고 소리치면서 다들 손뼉치고 웃었어, 하 하 하 하, 오오, 나온다, 나와, 나와!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마셔. 내뱉으면 네 년 다리도 쏠 거니까! 탕, 탕, 탕!”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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