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강운/개인이 간접투자 안하는 이유

  • 입력 2003년 9월 2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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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간접투자 시장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1999년 말 뮤추얼펀드와 주식형 수익증권 등 간접투자 상품의 수익률이 100%를 웃돌았다.

그러나 다음해 환희는 비탄과 분노로 바뀐다. 2000년 말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져 대부분의 펀드가 원금을 크게 까먹었다.

펀드 운용을 어떻게 했기에 불과 1년 만에 이 같은 극단적인 변화가 나타났을까. 당시 종합주가지수의 등락 추이를 보면 의문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종합주가지수는 99년 1월 500대에서 그해 12월 말 1000을 넘긴다. 2000년엔 거꾸로 종합주가지수가 1월 4일 1059에서 연말에는 504로 폭락한다.

결국 한국에서 설정되고 운용된 주식형 펀드의 성과는 주가지수 등락에 맞춰 춤을 춘 셈이다. 위험관리는커녕 주가 상승에 의존하는 초보적 수준의 운용에 그쳤다. 99년 간접형 펀드의 성공은 분명 ‘시장(市場)이 준 선물’이었다. 그런데도 운용회사들은 ‘실력’이라고 뽐내면서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일부 운용사들은 계열 회사의 부실채권과 주식을 편입하는 데 개인투자자들의 쌈짓돈을 활용하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도 저질렀다. 주식형 펀드 잔액은 99년 8월 50조원에서 올 8월 말 현재 25조원대(혼합주식형 포함)로 뚝 떨어졌다.

2003년 9월 서울 증시는 그동안의 하락 추세를 접고 상승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그런데도 간접투자 상품으로 돈이 안 모인다.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 주요 원인이다.

한국 증시를 위해선 개인들의 간접투자 규모가 확대돼야 한다. 간접투자가 늘어나면 기관들은 ‘시장 버팀목’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조만간 경쟁사인 대한투자증권의 펀드상품을 팔 뜻을 비쳤다. 과거 같으면 경쟁사끼리 이런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다. 홍성일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좋은 상품이라고 판단되면 그것이 경쟁사 것일지라도 고객 입장에 서서 팔겠다”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펀드의 운용 실적과 운용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이 점차 축적되는 등 한국의 펀드시장도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신뢰 회복이 먼저라는 생각인 것 같아 반가웠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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