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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29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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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했던 주인이 돌아오면 꼬리를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하는 강아지. 비좁은 우리 안에서 그저 주인이 때맞춰 주는 먹이에 고마워하다 어느 순간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운명의 집돼지.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족처럼 여기는 애완견이건, 베이컨의 재료로 쓰이는 돼지건 인간에게는 모두 ‘키우는’ 대상이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누군가 몇 년간 정성껏 키워왔을 돼지의 살코기를 먹는 데는 별반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자신이 키우는 개를 누군가가 조금만 해코지해도 분노를 느끼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이것을 단순히 개와 돼지의 차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한때 영국에서 애완용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베트남 산(産) 돼지의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책은 사람들이 애정을 쏟는 대상인 애완동물이, 과연 그것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게 하는지, 또 사람들은 왜 애완동물을 키우는 지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한 연구서다. 저자는 앞서 예를 든 ‘애완동물’과 ‘사육동물’을 대하는 차이가 인간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모순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이어 저자는 사람이 애완동물을 키워 온 역사와 그 변화에 대해 방대한 지식을 풀어놓고, 점차 탐구의 대상을 확대해 나간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관한 저자의 연구범위는 일반적인 애완동물 기르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간(獸姦)이 등장하고, 가축의 대량 사육이 등장한다. 키우던 개가 자신의 어린 아기를 잡아먹었는데도, 끝까지 개를 옹호한 사례도 등장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고양이 삭스는 하루 200통의 팬레터를 받는 인기 스타지만, 400년 전 영국 저술가 에드워드 탑셀은 고양이를 두고 “더러운 쥐를 잡아먹고 쓰레기를 뒤지며 살아가는 지저분하고 불순한 짐승”이라고 규정했다.
역사적으로 이처럼 다양한 사례를 탐구한 끝에 저자가 도달한 결론은 “애완동물을 인격화해 친구처럼 보살피는 것이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인간의 특성”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동물이나 자연을 애정과 동정심으로 대하는 태도가 경제적으로 유용한 동물을 냉혹하게 취급하는 태도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애완동물 기르기를 부정하고 깔보는 견해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른바 ‘동물과 인간의 상호 작용’이라는 주제는, 1980년대 들어 수의학자인 저자가 처음 연구하기 시작한 분야. 그간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 책은 독자가 책의 결론에 대해 수긍하든 아니든, ‘동물과 인간의 관계’라는 주제에 관해 어떤 논의가 있을 수 있는지,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고찰해가는 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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