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94…낙원으로(11)

  • 입력 2003년 8월 15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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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아저씨한테서 원피스와 유카다 두 벌과 허리띠와 속바지 두 벌, 그리고 고무장화를 받아들고 알전구가 달랑 하나 매달려 있는 좁고 어두운 복도를 걸어갔다. 좌우에 여덟 개씩 방이 있고, 방문에는 번호와 이름이 쓰인 나무패가 걸려 있었다. 세쓰코, 후미코, 기누에의 방에는 빨간 패, 마사코, 에미코도 빨간 패, 시즈에는 ‘일주간 출입금지’…소녀는 7번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이라고 해야 합판으로 칸이 나뉘어 있을 뿐 위는 뚫려 있었다. 그리고 짚을 깔고 그 위에 멍석 같은 것을 덮어 대나무못을 박았을 뿐인 바닥. 경대, 이불, 베개가 두 개, 휴지, 놋대야, 천장 가까이에 있는 창문에는 쇠창살이 껴 있고, 밖으로 통하는 문에는 커튼 대신 모포가 걸려 있었다. 양 옆에서 부스럭부스럭, 사락사락 하고 헝겊인지 종이를 구기는 듯한 소리, 쩝 쩝 무언가를 깨무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담배 연기와 함께 목쉰 노랫소리가 흘러왔다. 돌아가자, 돌아가자, 즐거운 시간은 다 지났어, 한 쌍 두 쌍, 짝지어 돌아가자….

블라우스를 벗으려는데 손가락이 떨려서 단추가 구멍에 들어가지 않는다…가슴이 깊게 파인 보라색 간편복을 입은 언니가 방으로 들어와, 잠자코 단추를 풀어주었다.

둘은 아버지 뒤를 따라 내리는 빗속을 걸어 창고 같은 건물로 들어갔다.

“2번의 고하나하고, 7번의 나미코요.”

“연장자부터 시작하지.” 군복 어깨에 별이 두 개 달려 있는 남자가 세면기에다 손을 씻으며 말했다.

“나이는?” 별이 없는 군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물었다.

“나이는?” 소녀가 조선말로 전해 주었다.

“열일곱입니다.” 언니가 대답했다.

“열일곱이랍니다.” 소녀가 통역했다.

“아랫도리 전부 벗어.” 별 두 개짜리 남자가 얇은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빠르게 말했다.

“네…?” 소녀는 두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군의관님이 하시는 말씀 안 들렷! 검사야. 아랫도리 전부 벗고, 판자 위에 올라가.”

“검사하니까, 아랫도리 전부 벗고 판자 위에 올라가래요.” 소녀는 숨을 삼키고 눈을 부릅뜬 채 간단하게 통역했다.

언니는 속바지를 벗고 판자 위에 올라갔다.

조수 역의 병사는 언니의 간편복 자락을 배꼽까지 걷어 올리고는 무릎을 잡고 다리를 벌렸다. 군의가 오리 주둥이 같은 것을 언니의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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