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내 인생을 …' 팔려간 내 물건 어디로 갔나 추적

  • 입력 2003년 7월 25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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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몽땅 팝니다/존 프레이어 지음 노진선 옮김/228쪽 1만2000원 중앙M&B

미국의 대학원생 존 프레이어는 인생을 대표한다고 생각되는 물건을 몽땅 내다 팔았다. 응찰자수 1927명에 총판매액은 4906.52달러(약 580만원). ‘인생 판매 프로젝트’를 통해 그가 얻게 된 것은 돈과 자유가 아닌 ‘정착하는 법’이었다.

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니 온갖 물건들이 번식이라도 한 듯 자신을 에워싸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프레이어. 아이오와에서의 일상을 정리하고 뉴욕에서 새 출발 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모든 물건을 팔기로 결심한다. ‘allmylifeforsale.com’이라는 도메인을 등록하고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개설한다.

아끼는 음반들, 자동응답기 테이프, 반쯤 남은 구강청정제, 비닐봉지에 넣은 자신의 구레나룻 등 600점이 넘는 물건의 사진을 찍고 그에 대한 설명을 적어 내려가면서 프레이어는 생각에 잠긴다. ‘이것들이 어디서 왔고, 왜 갖게 된 것일까.’

일상을 가득 메우고 있는 소소한 물건들에는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한 시간과 사연이 깃들어 있었다.

물건들은 전 세계로 흩어졌다. 프레이어는 새 주인들에게 구매한 물건에 대한 후기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구매자는 사진과 근황을 보내주었고 웹사이트에 올린 물건 사진 옆에는 사연이 함께 게시됐다. 옛 소유물에 얽힌 과거와 현재가 더불어 존재하게 된 것이다.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물건 나름의 계보가 생기기 시작했다. 프레이어는 물건을 사간 사람들을 직접 방문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세계 각국에서 100통이 넘는 초대장이 날아왔다.

처음에는 이들을 찾아가 판매한 물건의 사진을 찍는 데 열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자라났다.

일이 꼬이거나 버겁게 느껴질 때마다 다른 곳으로 떠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곤 했던 프레이어는 ‘프로젝트’가 끝났을 무렵, 어디에 사는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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