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승엽 홈런의 비결은?

  • 입력 2003년 6월 13일 1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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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가공할 파워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가.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홈런타자인 이승엽. 1m83, 85㎏의 야구선수치곤 평범한 체구를 지닌 그가 어떻게 홈런을 펑펑 때려낼 수 있을까.

96년부터 그를 만나 지도하고 있는 '사부'인 삼성 박흥식 타격코치는 "낭창낭창한 파리채를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파리를 잡을때 힘으로 파리채를 흔들지는 않지 않느냐. 가볍게 들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만 집중력을 발휘해 톡 치면 된다. 승엽이의 타격은 이와 마찬가지 원리"라고 설명한다.

이승엽은 34인치(길이), 930g(무게)의 무거운 방망이를 쓴다. 그가 스윙스피드의 손해를 보면서도 무겁고 긴 배트를 사용하는 이유는 자신의 힘을 최대한 방망이에 실어보내기 위함이다. 현대의 김용달 타격코치는 "방망이의 원심력을 최대한 이용해 장타를 만들어 내는 선수"라고 단정짓는다.

하지만 그가 원래부터 방망이를 길게 잡고 원심력을 이용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프로입단 첫해인 95년 그는 홈런 13개에 불과했던 '똑딱이' 타자. 당시엔 방망이를 짧게 잡고 끊어치는 타격을 구사해 단타를 많이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다.

그가 지금의 스타일은 구축한 것은 이듬해인 96년 백인천감독과 박흥식코치를 만나면서부터. 백감독과 박코치는 방망이를 길게 잡고 팔로우 스로를 완전히 하는 타격법을 몸에 익히도록 훈련시켰다. 96시즌엔 별 재미를 못봤으나 이승엽은 97년 32홈런을 터뜨리며 본격적인 홈런왕의 길에 들어섰다.

유연성도 홈런비결중 하나. 박코치는 "몸이 딱딱했다면 그렇게 많은 홈런을 꾸준히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부드러움은 허리회전과 몸의 중심이동을 원활하게 만들어줬다.

또 머리회전이 빨라 투수와의 수읽기에 능하다. 이승엽은 "백감독으로부터 투수들을 상대하는 법을 배웠다. 상대투수가 어떤 상황에선 어떤 볼을 던지는 가 하는 것들이다. 볼배합과 투수의 특징파악에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다"고 말한다.

타고난 승부근성도 커다란 장점이다. 이승엽은 한마디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프로에서 가장 절친한 두산 박명환과 내기당구를 쳤는데 몇만원을 잃고 나서 밤샐때까지 박명환을 집에 보내지 않았을 정도였다.

이승엽의 홈런은 이런 여러 가지 육체적, 정신적인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만들어내는 결정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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