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한 북한 선박 봉수호의 마약 전달 장면이다. 호주 경찰은 꾸러미를 챙긴 남자들을 추적해 일당 3명을 체포했다. 바다에서는 나흘간 추격 작전을 펼친 끝에 4000t급의 봉수호를 나포했다. 헤로인 50kg이 압수됐고 북한 선원 30명이 체포됐다. 거의 한달에 걸친 호주 경찰의 은밀한 작전이 거둔 개가였다. 호주 언론은 최근 선원 가운데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가 포함됐다는 놀라운 사실을 전했다.
▷봉수호의 마약 밀수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북한의 마약 밀거래를 막기 위한 포위작전은 이미 시작됐다. 작전의 주역은 미국 호주 일본.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5월 첫 주말 미국으로 날아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났다. 봉수호에 관한 따끈따끈한 정보를 전달했으리라고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지난주에는 일본과 호주의 장관급 접촉이 있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내일 부시 대통령을 만난다. 북한의 핵과 마약이 미-호, 미-일 정상회담의 공통 의제가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부시 대통령이 호주와 일본 총리를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대해 환대하는 것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사흘 전 미 상원에서 진행된 탈북자의 증언도 호주 경찰의 작전 못지않게 북한의 마약 거래 실상을 생생하게 고발했다. 탈북자 2명은 복면을 한 채 병풍 뒤에서 증언을 했다. 복면 회견은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겠다며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코르시카의 반정부단체 지도자나 중남미의 게릴라 지도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다. 탈북자들이 테러리스트처럼 얼굴을 가리고 폭로해야 할 정도로 북한의 범죄행위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지난 정권 때 우리 정부가 북한산 마약을 적발하고도 쉬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탈북자의 복면 뒤에 북한의 갖가지 불법행위뿐 아니라 우리 정부의 당당하지 못한 대북정책까지 숨어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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