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소렌스탐 “우즈한테 전화과외 받았어요”

  • 입력 2003년 5월 21일 17시 35분


황제의 ‘특별 레슨’은 ‘약발’이 있을까.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이 성대결을 앞두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로부터 전화 과외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소렌스탐은 21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즈가 1주일에 3차례 정도 전화를 걸어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며 “코스 공략법은 물론이고 보도진의 뜨거운 취재 공세에 대처하는 요령도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그는 “통화 내용을 다 공개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우즈가 멀리서 지켜볼 테니 잘 싸우라고 했다”고 밝혔다. 우즈의 격려가 한편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큰 힘을 주었으며 그래서 더 잘 쳐야 한다는 게 소렌스탐의 다짐.

소렌스탐과 우즈는 2001년 ‘빅혼의 결투’라고 명명된 남녀 혼성대결에서 한 팀으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소렌스탐과 우즈는 이 대회에서 연장전 끝에 데이비드 듀발(미국)-캐리 웹(호주)조를 누르고 우승했었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 대비하기 위해 이번 콜로니얼대회에 불참한 우즈는 소렌스탐의 남자대회 도전에 대해 처음에는 “나는 출전하지 않는다”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비제이 싱(피지)을 비롯한 남자 골퍼들의 소렌스탐 비하 발언으로 파문이 일어난 지난주 은근히 소렌스탐의 편을 들었다. 유럽투어 도이체방크SAP오픈 출전에 앞서 “한 대회만으로 소렌스탐을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소렌스탐에게 잘 싸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대회 코스가 어렵기 때문에 컷만 통과해도 대단한 일”이라고 말한 것.

남녀 골프 황제는 역시 뭔가 마음이 통하는 듯 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결혼식때도 이렇게 떨진 않았는데…”…‘성대결’ 이모저모

○…아니카 소렌스탐의 고국 스웨덴에서도 역사적인 성대결을 앞두고 언론과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 스웨덴 최대 일간지 아프톤블라데트는 20일자에서 "재미삼아 하는 일이 아니다. 스포츠 역사와 성해방 전쟁의 한 장“이라고 소렌스탐의 도전정신을 극찬. 특히 언론은 소렌스탐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의 여성 의원(전체 45%)을 보유하고 여성 권익 보장이 확실하기로 유명한 스웨덴을 상징하는 인물로 묘사. 스톡홀름 인근에 살고 있는 소렌스탐의 아버지 톰 소렌스탐은 "잘할 것으로 믿지만 컷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남자들과 싸운 만큼 괜찮다"고 딸의 선전을 기원했으며 ”케이블TV를 볼 수는 없지만 인터넷으로라도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22일 연습라운드에서 소렌스탐은 1번홀(파5·565야드) 드라이버 티샷이 오른쪽 러프에 떨어졌고 190야드를 남기고 한 서드샷은 짧아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지는 등 고전. 이후 악천후에 따른 대피 사이렌이 울려 클럽하우스로 철수한 그는 4시간 만에 다시 필드에 나와 라운딩을 재개. 2,3번홀에서 안정된 드라이버 티샷에 이은 정교한 어프로치샷으로 버디 기회를 잡았고 246야드나 되는 파3의 4번홀에서는 티샷을 위해 드라이버를 빼들었다. 이날 소렌스탐은 1,7번홀에서 티샷을 러프에 빠뜨렸으나 대부분 홀에선 드라이버샷의 거리와 방향에서 남자선수들과 대등했다.

○…1,2라운드 조편성에 대해 소렌스탐과 딘 윌슨, 애런 바버(이상 미국)는 일단 만족스럽다는 반응. 성대결을 앞두고 “결혼식 때도 이렇게 떨지는 않았다”는 소렌스탐은 “(동반자에 대해)좋은 사람인 것 같다”며 “상대가 누구든 내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소렌스탐과 같은 조로 묶이는 덕에 기자회견까지 한 윌슨과 바버는 “역사적 현장에 있어 영광”이라면서도 “쏟아지는 눈길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실토. ‘잘해라 아니카’라는 글귀가 적힌 기념 배지까지 달고 나온 윌슨은 “내가 못 치면 그녀 아니라 누구라도 나보다 잘 칠 수 있다”며 맞대결에 대한 부담을 애써 떨쳐내려는 듯 보였다. 바버는 “뷰익인비테이셔널에서 타이거 우즈 바로 앞조에서 경기를 하는 데 갤러리의 극성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주로 일본투어에서 활동하며 6승을 올린 윌슨은 올해 PGA투어에 데뷔, 2차례 톱10에 진입했다. 바버는 올해 투산오픈에서 거둔 공동 4위가 자신의 최고 성적이며 13차례 대회에서 10차례나 컷오프 탈락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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