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맞수]치솟는 분양가 누구 책임인가

  • 입력 2003년 4월 27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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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의 김재옥(金在玉·56) 회장과 한국주택협회 운영홍보위원회의 송시권(宋始權·55) 부위원장. 김 회장은 건설회사의 분양가 인상에 반대하는 최선봉에 서 있다. 서울시, 국세청과 연계해 건설회사에 분양가 인하를 강제할 정도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송 부위원장은 주택업계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다. 건설회사에서만 30년 가까이 근무했다. 연륜 만큼이나 치밀한 논리가 장점. 그간 숱한 논쟁을 벌였지만 아직까지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두 논객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았다.》

▽현재의 분양가는 타당한가=분양가가 높다는 점은 모두 인정한다. 하지만 이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

김 회장은 상승 폭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서울 일부 지역 분양가는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 정도면 비정상적인 가격 구조입니다.”

송시권
그는 즉시 비난의 화살을 정부와 건설회사에 돌렸다. “건설교통부가 아파트 분양가를 자율화해 놓고는 그 기본 전제인 가격 평가 기준을 정해 놓지 않았습니다. 건설회사가 부당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견제장치가 없는 마당에 분양가가 오르는 건 당연하지요.”

김 회장은 구체적으로 △아파트 분양가 인상이 주변 시세를 올리고 이에 따라 분양가가 다시 오르는 악순환 구조 △모델하우스 운영비와 광고비를 부풀려 건축비를 높이는 행태 △아파트의 지하 대피소나 주차장에도 똑같은 건축비를 적용하는 건설회사의 원가계산 방식 등을 폭리 항목으로 지적했다.

반면 송 부위원장은 땅값과 정부 규제, 마감재 고급화를 감안해 달라고 주문했다. 서울 강남권 땅값이 평당 5000만원에 이르는 만큼 아파트값을 낮추기는 불가능하다는 것. 또 정부와 지자체가 토지 용적률 제한을 강화해 단위 면적당 지을 수 있는 건물 연면적이 줄어든 것도 분양가를 올리는 요인이다. 여기에 분양가 자율화 이후 아파트 마감재가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도 이를 전혀 감안하지 않는 시민단체의 편향된 시각에도 일침을 놓았다.

“건설회사에 모든 책임을 지라는 것도 무리한 요구입니다. 아파트 사업은 땅 주인인 시행사와 사업성을 분석하는 컨설팅사, 시공을 맡는 건설회사의 합작품입니다. 실제 가격 결정은 시행사와 컨설팅사가 주도하고 건설회사는 건축비만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민단체 개입은 정당한가=민간기업이 책정하는 가격에 시민단체가 간섭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시민단체가 아파트에 분양가에 문제제기를 하는 건 압력이 아닙니다. 소비자의 권리입니다. 시민단체도 시장원리를 존중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와 공급자간의 건강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김 회장)

“시민단체의 개입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분양가를 평가하는 잣대가 모호하고 건설업 생리를 모른다는 게 문제입니다. 땅값만 해도 시민단체는 공시지가의 1.2배를 원가로 보지만 실제 가격은 2배 안팎입니다.”(송 부위원장)

▽분양가 인하 가능한가=김 회장은 무엇보다 원가명세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땅값을 아파트 준공 이후 시세차익을 감안한 가격으로 평가하거나, 행정용역비와 홍보비를 과다 계상하는 편법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 부위원장은 원가명세를 공개하는 건 기업의 영업비밀을 내놓으라는 것과 같다며 반발했다. “아파트 원가를 공개하라고 하는 건 삼성전자의 반도체 원가를 해외에 공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기업을 하지 말라는 억지이지요.”

건설회사가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은 호화 마감재를 줄이는 것 정도다. 그나마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자칫 품질 저하로 인식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송 부위원장은 주장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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