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이러고도 민간에 개혁을 요구?

  • 입력 2003년 4월 2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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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가스공사 노조는 가스산업 구조개편에 반대하는 ‘불법 파업’으로 노조위원장이 구속되고 노조 간부 등 7명이 불구속 입건되는 일을 겪었다.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 자회사 노조원 등 전력노조는 작년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38일에 걸친 ‘사상초유의 파업’으로 340여명이 해고되는 아픔을 겪었다. 노조원 3100여명의 급여에 대한 가압류조치도 내려졌다.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노조에 호의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공공분야 노사분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했다. 권력층 부패와 편중인사 등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던 DJ정부였지만 이런 정책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전력 가스 철도 노조 등의 파업은 불법이기도 하지만 공기업 구조개편은 대외적으로도 공표한 약속이므로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초 전력 노조 파업이 끝난 후 1년여가 흐른 지금은 어떤가.

철도 민영화는 일단 물 건너 갔고 ‘공사화’마저 제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한전 5개 발전 자회사 중 우량기업인 ‘남동발전’ 매각은 무산돼 언제 다시 입찰에 부쳐질지 알 수 없다. 지난해 4월 국회로 넘어간 가스산업 구조개편 법안 심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전만 해도 노동계 일부를 제외하면 “공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외적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런 목소리는 정부 안에서는 쑥 들어갔다.

한전의 배전분야, 가스공사의 가스관 관리 등 이른바 ‘네트워크’ 분야는 현 정부에서 더 이상 구조개편이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럴 경우 이미 국회를 통과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관련 법안이나 국회에 계류 중인 가스산업 구조개편 법안도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바뀌었다지만 같은 한국 정부다. 게다가 DJ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의 이동은 여야당 간의 정권교체가 아니라 같은 민주당 정부다. 그런데도 공기업 구조개편에 대해 이렇게 1년만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나라 안팎으로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공공부문은 개혁의 필요성이 가장 높다는 지적을 받아 온 분야다. 정부가 공공개혁에 대해 이런 태도를 보이면서 민간기업과 사회 각분야에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한다면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구자룡 경제부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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