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위원장의 불공정한 처신

  • 입력 2003년 4월 11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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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돈을 줬다는 SK측 진술에 따르면 사실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벌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부 부처의 수장이 재벌로부터 돈을 받았다면 이는 국가 기강을 뒤흔드는 범죄이다. 직무를 이용해 사욕(私慾)을 채우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 고위공직자의 부패는 더욱 엄정한 법적 잣대가 요구된다.

돈을 건네줬다는 지난해 5월은 SK가 KT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이다가 다른 재벌과 시민단체로부터 공격을 당하던 시기였다. 공정거래위원장은 SK의 이런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인지 여부를 최종 판정하는 자리이다. 이런 시점에 돈을 받았다면 대가성이 있는 로비용 ‘뇌물’일 가능성이 크다. SK측은 해외출장 여비에 보태 쓰라며 돈을 줬다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설령 출장 여비라 해도 죄가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장관이 해외출장을 가면 기업들이 여비를 보태주는 관행이 일부 있었지만 지금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2만달러는 출장 여비로라도 지나치게 큰 액수이다. 자금 추적이 어려운 달러로 전달했다는 점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위원장이 이럴 정도이니 공정위가 한때 ‘불공정위원회’라는 오명을 얻은 것이다.

시중에는 SK가 계열사로부터 비자금을 조성해 다른 정관계 인사들에게도 돈을 뿌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 전 위원장 사건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검찰은 SK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모든 비리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현 정부는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기업이나 금융회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공정위와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위 간부들에게는 돈의 유혹이 많을 것이다. 부패 위험에 항상 노출된 자리에 있는 공직자들이 깨끗해질 때 사회 전체가 맑아질 수 있다. 공직자들은 다시 한번 자세를 가다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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