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90…손기정 만세! 조선 만세!(18)

  • 입력 2003년 4월 11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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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큐 파파 힘들다” 힘들재 처음 10리는 나도 큐큐 파파 항상 힘들다 하지만 그렇게 달리다 보면 근육이 풀어지면서 다리가 가벼워진다 이제 쪼매만 더 참아라 하나둘 하나둘 하나둘 하나둘! 자 언덕길이다! 팔을 흔들고! 보폭을 좁히고!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힘주면 안 된다 발을 탁탁 내려놓는 느낌으로 그렇지 큐큐 파파 너무 멀리 보면 아직도 더 올라가야 하나 하고 힘들어지니까 적당히 앞을 보고 아무리 비탈진 언덕길이라도 반드시 끝난다 반드시 내리막길이 나온다 하지만 큐큐 파파 내리막길이 더 골치다 오르막길보다 편하겠다 싶재? 내리막길에서는 다리에 부담이 더 간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자 다 올라왔다! 내리막길이다! 너는 아직 근력이 없으니까 걸어가도 된다 “큐큐 파파 내는 절대 안 걷는다 달리기로 큐큐 작정했다 큐큐 파파 형하고 같이 달려서 큐큐 같이 올림픽에 도전할 기다 파파”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형이 앞에서 달릴 테니까 잘 봐라 보폭을 넓게 잡고 뒤뚱뒤뚱 달리는 게 젤로 안 좋다 내리막길에서는 등이 뒤로 젖혀지고 배가 앞으로 나오기 십상인데 팔을 내리고 약간 앞으로 구부린 자세로 길에다 몸을 맡기는 기분으로 매끄럽게 쭉 내려간다 속도를 줄이면 안 된다 리듬이 흐트러져서 다리가 막대기처럼 뻗쳐지면 큐큐 파파 무릎에 충격이 가서 아프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이 길을 다 내려가면 삼랑진역까지는 평탄한 길이다 큐큐 파파 힘내라! 쓰르람쓰르람 쓰르람쓰르람 쓰르람쓰르람 “큐큐 이 매미 파파 저녁에만 우는 줄 알았는데 큐큐 파파 새벽에도 큐큐 우네 파파 형 나 좀 큐큐 파파 숨이 편해진 것 같다” 그래 돌아갈 때도 이 속도로 달려서 밀양강이 보이면 조금 속도를 올릴 테니까 큐큐 파파 따라와 봐라 뭐라 걱정하지 마라 파파 파파 숨이 가빠서 얘기 못할 정도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쓰르람쓰르람 쓰르람쓰르람 쓰르람쓰르람 쓰르람쓰르람 날이 밝으면 이 매미는 조용해진다 대신 기름매미하고 참매미가 시끄럽게 울기 시작한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형 저기 좀 봐라 칠탄산 꼭대기가 빨갛다 큐큐 파파 기울고 있는 건지 떠오르고 있는 건지 큐큐 파파” 새빨갛다 큐큐 파파 하늘이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것 같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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