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업인사 ‘낙하산’ 비난 피하려면

  • 입력 2003년 4월 4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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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비롯한 정부산하기관의 부실과 비효율성 뒤에는 거의 ‘낙하산 인사’가 있었다. 전문성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고위직을 차지하면서 노사 갈등과 경영 방만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국민경제에 손실을 입혀온 것이 현실이다. 청와대가 이들 공기업의 인사시스템을 쇄신하기로 한 것이 이런 잘못된 인사의 폐해를 바로잡아 보자는 뜻이라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부와 공기업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인사쇄신을 한다면서 또 정치권 인사의 대선 논공행상(論功行賞)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청와대에 당내 인사 수백명의 공기업 진출을 요구했고, 정권 실세 주변에도 공기업 임원자리를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이 임명하면 무조건 낙하산이라고 해서는 곤란하다”고 한 말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원칙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공기업 주변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위한 합리화 발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종업원만 20여만명에 연간 예산이 100조원을 넘을 만큼 공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공기업 임원에게 탁월한 경영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그래서이다. 그런 자리가 정치권에서 옮겨온 비전문가로 채워진다면 투명경영이나 업무전문화를 통한 공기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강화는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만드는 공기업 인사시스템은 정치적 입김부터 철저히 차단하고, 외부 인사가 필요하다면 경영능력 전문성 개혁성을 꼼꼼히 검증하는 장치가 돼야 한다. 국민추천이나 사장추천위원회 공모 등 어떤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그것이 권력측의 ‘낙점’을 추인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면 의미가 없다. KBS 사장 제청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지명관 KBS 이사장이 “대통령이 각양각색의 인재를 쓰지 않고 주변에서 인물을 찾는 게 문제”라고 한 말은 공기업 인사에도 그대로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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