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69…1933년 6월8일(14)

  • 입력 2003년 3월 17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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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 약탈 착취 강간 고문 큐큐파파 큐큐파파 왜적은 조선 사람 한명 한명의 마음에 공포를 심어놓고 큐큐파파 큐큐파파 공포로 조선을 통치하고 있다 큐큐파파 대한제국 내가 태어나기 2년 전에 강도 일본에게 빼앗긴 조국 하나 남김없이 빼앗겼는가 대충 빼앗겼는가 아직 빼앗기지 않은 것이 있는가 큐큐파파 아들에게 무엇을 되찾으라고 가르쳐야 하는가 아니면 또 무엇을 지키라고 큐큐파파 큐큐파파 경복궁에 난입하여 국모를 참살하고 등유를 뿌려 태운 시신을 향원지(香遠池)에 던져버린 하수인은 큐큐파파 일본의 공사와 육군놈들이었다고 하는데 교수형을 당한 것은 세 명의 조선 사람이었다 큐큐파파 천황의 마차에 수류탄을 던졌다고 잡힌 이봉창은 대심원에서 어이없게도 사형 선고를 받았다 큐큐파파 천황의 마차에는 흠집 하나 안 났는데도 아이고 큐큐파파 큐큐파파 이렇게 달리는 동안에도 비처럼 동포의 피가 쏟아지고 김처럼 동포의 신음 소리가 피어오르고 검열을 거친 기사에 동포의 이름은 먹을 칠한 것처럼 시커멓게 짓뭉개져 있고 큐큐파파 큐큐파파 죽음의 거리로 변한 상하이시 구석구석 일본군이 목적지를 점거 큐큐파파 그날의 신문을 손에 들었을 때 누군가의 주먹에 얻어맞은 것처럼 심장이 벌렁거렸다 큐큐파파 3년 전 친구 우홍은 상하이 의열단에 들어간다면서 야간 열차에 올랐다 큐큐파파 잘 있거라 잘 가라 우리는 영남루에서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큐큐파파 바람이여 태어나는 자에게는 첫 숨을 선사하고 큐큐파파 죽어가는 자에게서는 마지막 숨을 거둬가는 바람이여 큐큐파파 이 귀에 친구의 소식을 살짝 전해 다오 큐큐파파 큐큐파파 강우홍 너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죽은 자들의 대열에 끼었느냐? 큐큐파파 큐큐파파 왜적은 몇십명 몇백명 몇천명을 죽여도 큐큐파파 상대가 조선 사람이거나 중국 사람이면 죽였다고 치지도 않는다 그러나 죽이지 않았다고는 할 수 있어도 그 사람이 태어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큐큐파파 이름까지 말살할 수는 없다 큐큐파파 강우홍 오늘 내 아들이 태어났다 장남이다 이름은 신태라고 정했다 큐큐파파 단기 4266년 6월8일 이신태 아버지 이우철 어머니 지인혜 큐큐파파 큐큐파파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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