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임성빈/일하는 공무원을 만들려면

  • 입력 2003년 3월 13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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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바뀔 때마다 소위 개혁이라는 것을 해왔으며 이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다소간 책임이 있을 것이다. 물론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있지만 일부 인사들을 개혁의 제물로 삼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필자는 지난 30여년간 청와대 사회간접자본(SOC)투자기획단, 건설교통부 등으로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각종 위원 자격으로 행정에 참여해 왔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나름대로 노력하는 공무원도 있지만 적지 않은 공무원이 노골적인 복지부동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치가 시급히 취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공무원을 전문화해야 한다. 고도로 전문화된 현대 산업사회에서 정부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며, 그래야만 국제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 현재 우리 정부에는 행정직에 비해 기술직이 소수에 불과하며 신규 분야는 아예 없는 실정이다. 순환근무제 때문에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추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그러니 무슨 일이든 자신감이 없어 망설이거나 엉뚱한 짓을 하는데 이를 그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공무원 선발에 있어 기술직의 비율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둘째, 감사제도를 회계감사 위주에서 직무감사 위주로 바꾸어야 한다. 공무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소신껏 일할 수 있어야 하고 감사는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피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현재는 주로 예산집행상 하자가 없는지에 대한 회계감사와 민원과 관련된 감사에 치중하고 있는데, 이는 일을 많이 할수록 감사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결과를 낳게 된다. 공무원들이 신나게 일하도록 하려면 감사제도를 개선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바꾸어야 할 것이다.

셋째, 예산수립권을 각 부처에 돌려줘야 한다. 지금은 각 부처에서 수행할 개개 사업의 시행 여부 및 예산이 모두 기획예산처에서 결정되며 국회에서 심의된다. 각 부처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산하의 실무 부서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이는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의 사업만은 어떻게든 살리려고 추태를 보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예산수립권을 각 부처에 돌려주고 기획예산처는 어느 부문에 얼마씩 할당할 것인가만 조정해 주며, 국회에서도 이것만 심의하면 될 것이다.

넷째, 최저가입찰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입찰은 최저가(공사 예정가가 500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예정가의 85%를 넘는 금액 중에서) 제도를 택하고 있는데, 입찰액이 최근에는 대개 80%대지만 70%대 또는 그 이하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러한 액수로는 공사 예정가가 과다 책정되지 않는 한 적자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공사를 잘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적자를 면하거나 그 폭을 줄일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제도로는 공사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수주(受注)에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부정이 개입될 여지도 상당히 많다. 공사비는 제대로 주면서 공사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다음 번 공사 수주에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이 같은 조치들이 취해지지 않는다면 누구를 어떤 자리에 앉혀 놓아도 진정한 개혁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성빈 명지대 교수·교통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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