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최진규/교실붕괴, 어떻게 할것인가

  • 입력 2003년 3월 16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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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새 정부의 초대 교육부총리가 임명됐다. 교육부총리의 임명 과정을 보면 난마처럼 얽힌 우리 교육의 모순을 읽을 수 있다.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자기 쪽에 유리한 사람이 임명되지 않으면 곧바로 비토하는 상황에서, 상대 입장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상호 불신과 비방, 견제만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사람이 교육 수장에 오르더라도 교육 난국을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이만큼의 발전이라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교육 덕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교육 난맥은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작년 말 대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사교육비 지출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통계가 말해주듯 국민은 사교육의 늪에 빠져 신음하고 있다. 이는 교육이 신분 세습과 상승의 통로라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로 인해 교육은 국민 통합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뿐인가. ‘교실붕괴’에 직면한 학교는 교육의 중심 역할을 상실한 채 변방으로 밀려나 있다. 학교는 입시 위주 교육에 치중한 나머지, 학생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입시 위주 교육은 대학에서 전공할 학문마저 적성보다는 사회에서 부여받는 신분과 물질적 가치로 계산하는 왜곡된 풍토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이공계 선택 학생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물론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했지 내실을 다지는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수학생을 유치하는 데는 물불 가리지 않는 대학이 막상 학생을 가르치는 본연의 임무에는 소홀한 것이다. 특성화된 분야나 연구 업적이 없는 대학은 결국 간판밖에 내세울 게 없는 현실을 만들어냈고,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대학 교육은 교육 이민을 부채질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각종 교육단체도 마찬가지다. 자기 주장은 있으나 타인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선명성 경쟁까지 벌여 혼란을 가중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자기 주장이 상대방에게 용납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비교육적 상황을 만들어내 교육 공황이 장기화 돼왔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상대방의 견해를 존중하는 것은 교육의 기본이 아닌가.

교육 당국자들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관료주의에 젖은 밀어붙이기식 교육 정책은 국민에게 오히려 반발만 사고 있다. 아무리 사소한 정책이라도 국민 의견을 구하고 동의를 얻어 시행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그 과정에는 끈질긴 인내와 충분한 시간이 요구되겠으나 성급한 시행으로 부작용을 드러내고 불신을 받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교육 정책은 교육 관료만의 몫이라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학부모들도 자신의 이기주의가 교육을 망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 봐야 한다. ‘내 자식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존재하는 한 그 어떤 정책도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어찌 보면 공교육이 소외되고 사교육이 번창할 수밖에 없는 것도 학부모들의 욕심이 빚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제라도 학교 교육에 자식을 믿고 맡기며 힘을 실어주는 것이 사교육의 늪에서 헤어나는 길이란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최진규 충남 서산 서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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