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KBO 수장 3期 연임 박용오 총재

  • 입력 2003년 3월 2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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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야구의 산증인 박용오 KBO총재는 요즘 ‘프로야구 인기를 어떻게 하면 되살릴까’ 자나깨나 고심중이다.강병기기자
국내 프로야구의 산증인 박용오 KBO총재는 요즘 ‘프로야구 인기를 어떻게 하면 되살릴까’ 자나깨나 고심중이다.강병기기자
박용오(66)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경기도식 사투리가 구수하기 짝이 없다. 꾸밈없이 웃는 모습이 영판 이웃집 아저씨다. 국내 대기업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두산그룹의 총수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박총재의 성격은 아주 직선적이다. 그는 말을 고르거나 아끼는 법이 없다. 문희갑 대구시장에게 대구야구장의 낙후성을 지적하며 혼쭐을 냈다거나 롯데 신격호구단주에게 프로야구 인기추락의 책임을 따졌다는 식이다.

또 하나 박총재 하면 떠오르는 것은 술이다. 그는 국내 최대의 술 도가에서 태어났다. 주량은 어떨까. 대답은 의외로 “소주 1병반.” 그러나 박총재가 말하는 1병반은 바로 됫병 기준이었다.

그는 “우리 집안은 외가쪽을 닮아 술 잘하거나 친가쪽을 닮아 술 못하는 두 부류가 극단적으로 나뉘어 있다. 바로 밑 동생 박용성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나는 주당파이고 작고하신 부친(박두병)과 넷째 박용현 서울대병원장은 보리밭만 지나가도 취한다”고 말했다.

박총재는 6남1녀중 둘째. 셋째인 박용성회장이 IOC위원과 세계유도연맹 회장, 사촌인 박용민 전 OB사장이 뉴스프링빌 골프장의 전문 경영인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달 제14대 KBO총재로 만장일치 추대돼 역대 최장수(8년6개월), 최다연임(3기) 기록을 경신한 박총재를 만났다.

―연임을 축하합니다. 두산 구단주 직위까지 버리면서 처음 KBO총재를 맡으신 게 엊그제 같은데….

“전임 총재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단명하는 바람에 프로야구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구단주들끼리 의견이 모아졌고 연장자순으로 하다보니 내가 먼저 나서게 된 거지요. 이번에는 정말로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주위에서 후계자를 키우지 않는다는 둥, 장기집권한다는 둥 농담은 하면서도 나서는 분이 없어 할 수 없이 또 하기로 했습니다.”

―스스로 그동안 업적을 평가하신다면.

“전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부터 지금까지 구단 사장,구단주, 총재를 거치면서 한순간도 프로야구를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경영을 해봤기 때문에 프로야구의 흥행에도 나름대로 조예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증권과 거액의 스폰서쉽 계약을 했고 KBS와 중계권 독점계약, 수익사업 전담 자회사인 KBOP 창설 등이 그 예입니다. 자유계약선수제도의 도입과 도시연고제, SK와 기아의 창단, 대한야구협회와의 행정통합, 올림픽 동메달, 아시아경기 2연패 등 나름대로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야구 인기가 떨어졌는데 무슨 묘책이라도 있으신지요.

“한번 떠난 고객을 돌아오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쳐야 하고 경기시간을 단축해야 합니다. 야구 팬이 많은 부산의 야구 열기가 되살아나야 합니다. 사실 과외를 전면 금지하면 무조건 프로야구는 살아나게 돼 있는데….”

―선수협의회가 3월 시범경기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전운이 돌고 있습니다.

“선수협이 요청한 사항에 대해선 이미 충분한 답변을 줬습니다. 비시즌 합동훈련금지는 규약대로 1월중순까지는 하지 않겠다고 했고 연금 문제는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금리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구장내 응급구조체계도 개선했습니다. 보이콧은 원인 무효입니다.”

―돔 구장 건설의 걸림돌은 무엇인지요.

“우선 4000-5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자치단체가 경기장을 지어 프로구단을 유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해당 자치단체와 정부에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합니다.”

―9,10구단 창단 준비는 잘돼 갑니까?.

“최근 국내외 경제여건이 상당히 안좋습니다. 그동안 일부 기업이 창단의사를 밝혔지만 지금은 창단을 논할 시점이 아닙니다. 서두르지 말고 순리에 맞춰 진행해 나갈 생각입니다.”

―11월 일본 삿포로서 열리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준비는 잘돼가고 있는지요.

“이번 대회에는 일본과 대만이 최정예 멤버를 보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고조될 것으로 봅니다. 곧 프로 아마 발전위원회를 열어 실무 논의를 하고 현장에서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야구 월드컵 또는 한미일 프로야구 대회의 개최는 성사 가능성이 있습니까?.

“두 대회 모두 성공 여부는 미국 메이저리그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 배제된 채 미국의 주도로 대회가 개최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일본 커미셔너와 공동 보조를 맞추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KBO 총재로서 노무현대통령의 참여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의 프로야구 고객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학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기나 적성을 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취미나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기내에 입시제도와 교육환경을 개선해 청소년들이 운동장에서 마음껏 야구도 하고 또 야구장도 찾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바랍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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