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취임식 외교' 갈등봉합 계기로

  • 입력 2003년 2월 21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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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의 대변화는 이제 ‘설(說)’의 단계를 지났다. 북한 핵문제라는 난제가 올라 있는 양국 현안 리스트에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이 오르더니 엊그제 리언 러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의 발언으로 한미방위조약 재검토까지 추가됐다. 어느 일방의 시도가 아니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한미관계 균형 재조정(rebalancing) 요구에 미국이 응하는 식으로 3대 의제가 부상했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 출범’을 ‘한미관계 대변화’로 읽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국제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굳건한 동맹관계라 해도 수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현재 한미관계는 그동안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기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중요 현안들을 한꺼번에 다루는 것이 현명한 자세인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한미관계는 현재 갈등국면을 지나고 있다. 한미 양국 일부 국민의 가슴속에는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 이후 고조된 상대방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 감정적 차원에서 ‘이것도 바꾸고 저것도 바꾸자’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 차례 불행한 사고가 양국관계의 심각한 손상으로 이어진다면 50년 동맹은 의미가 없다.

특히 우리 입장에서는 급격한 동맹관계 변화가 초래할 군사적 재정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한미관계를 수평적 동맹관계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만 우리의 능력이 당장 그런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면 과연 지금이 변화를 모색할 시기인가.

새 대통령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회동은 그래서 중요하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이 갈등봉합의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의 말대로 ‘공동의 견해를 위한 전반적인 기반’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북핵문제를 슬기롭게 풀기 위해서도 한미양국의 갈등봉합은 시급하다. 그래야만 3대 현안에 대한 지혜로운 대응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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