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한국 가족문화의 뿌리 宗家의 어제와 오늘

  • 입력 2003년 2월 16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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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의 구심체였던 종가는 일제시대 독립운동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가문에서 30여명이 독립유공훈장을 받은 학봉 종가의 종택. 사진제공 MBC
유림의 구심체였던 종가는 일제시대 독립운동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가문에서 30여명이 독립유공훈장을 받은 학봉 종가의 종택. 사진제공 MBC
‘경상 감사 자리보다 퇴계 종손자리가 낫다’.

경북 안동의 퇴계종가는 500년 동안 영남학풍의 구심체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명문종가로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나 4년전 종가의 큰 살림을 맡아보던 종부가 세상을 떠난 후 퇴계종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종가를 계승할 종손 이치억씨(29)의 신부감을 찾는 일이다. 과거와 달리 ‘권한은 사라지고,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의 의무만 남은’ 종손의 결혼문제에서 오늘날 종가의 현실을 찾아 볼 수 있다.

17, 18일 밤 11시에 2부작으로 방영되는 MBC 신춘기획 다큐멘터리 ‘한국의 종가’(연출 윤영관) 는 사라져가는 한국고유의 가족문화 ‘종가(宗家)’의 어제와 오늘을 담았다. 퇴계 이황, 학봉 김성일, 운악 이함, 고산 윤선도 종가 등을 취재했다.

연출을 맡은 윤영관PD는 “이제껏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문화로만 알려졌던 종가가 500년의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은 종가의 살림을 책임지고 가문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지혜를 발휘했던 ‘여성’들에게 있었다”고 말한다.

고산 윤선도, 공제 윤두서, 낙서 윤덕희 등 뛰어난 예술인들을 많이 배출한 해남의 고산종가의 유물이 오롯이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6.25 때도 가보를 항아리에 담아 대밭에 숨겼던 종부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 때문.

학봉 김성일 종가 13대 종손 김용환의 이야기에선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과감히 나섰던 종가의 ‘선비정신’을 그린다. 김용환은 생전에 종가의 전 재산을 노름과 기생집에서 다 탕진해버린 ‘파락호’로 알려진 인물. 그러나 그는 1995년 광복 50주년 기념식에서 건국훈장을 받았다. 알고 보니 일제의 눈을 피해 종가의 재산을 만주의 독립운동단체로 보냈던 것이다.

아울러 운악종가 17대 종손 이용태 TG(삼보컴퓨터) 회장의 지극한 부모에 대한 사랑과 섬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종가를 지켜온 힘은 ‘효(孝)’의 정신이었음을 되새긴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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