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밖에선 이렇게 위태롭게 보는데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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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두 단계나 내렸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한다. 지난달 무디스평가단의 방한 후 우리 정부가 “신용등급 전망이 현행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지 불과 20여일 만에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기에 충격은 더욱 크다.

무디스가 “북한 핵 문제가 악화될 경우 등급 상향보다는 하향 가능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신용등급 하락의 주 원인이 북한 핵 문제에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추방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 일련의 조치를 통해 과거보다 과격한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 무디스의 평가이다. 해외에서 한반도 안보에 느끼는 불안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그런 데 비하면 국내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너무나도 안이하다. 4월까지는 조정하지 않겠다던 무디스가 갑자기 등급을 내릴 정도로 한반도 안보와 경제상황에 커다란 변화가 있는 터에 우리 정부의 상황인식은 어땠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디스가 북핵 문제와 촛불시위에 대한 우리 쪽 의견을 듣고 갈 때 정부가 낙관적이라고 장담했던 근거는 도대체 무엇이었단 말인지 기가 막힌다.

무엇보다도 이번 등급 전망 조정의 여파로 당장 비상이 걸린 경제가 큰 문제다.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북한 핵 문제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데다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혼란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많다.

경제적 충격의 파장을 최소화하고 떨어진 신용등급을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새로 출범할 노무현 정부의 최대 과제가 됐다. 노 당선자측은 이제 언론이 경제 하락을 부추기는 보도를 하고 있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경제여건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새 정부는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불확실성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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