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용옥/삼각파도와 난기류

  • 입력 2003년 2월 9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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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고맙고 유용한 자연의 선물이다. 때로는 우리를 시원하게도 하고 때로는 포근히 감싸주기도 한다. 바람을 이용해 바다를 건너기도 하고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기도 한다. 하지만 이 바람이 변덕부릴 때는 우리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무서운 위협으로 변하기도 한다. 돌풍, 태풍, 회오리바람 등으로 바다에 풍랑(風浪)을 일으키기도 하고 하늘에는 에어포켓, 터뷸런스 등 난기류(亂氣流)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뱃사람이나 비행사는 누구보다도 자연의 조화로 일어나는 바람의 변화에 대해 신중히 스스로를 대비하는 겸허한 마음과 자세를 갖는가 보다.

▷뱃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다에서 예기치 않게 만나게 되는 삼각파도라면, 비행사들이 매우 조심하는 것은 불시에 부닥치게 되는 난기류일 것이다. 삼각파도란 바다에서 바람의 불규칙한 변화, 즉 돌풍 등으로 인해 진행방향이 다른 두개의 파도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또 난기류란 강한 회오리바람이나 제트기류 등으로 인해 주변 공기에 발생하는 에어포켓, 터뷸런스 같은 교란을 일컫는다. 뱃사람이 삼각파도를 만나면 뱃머리를 어느 파도 쪽으로 향할지 모르게 된다. 한쪽 파도를 타면 다른 쪽 파도가 배의 측면에 부딪혀 배가 침몰되거나 파손되기 쉽다. 한편 비행기가 난기류 지역을 지나면 기체가 크게 흔들리거나 순간적으로 급강하하는 경우가 생긴다.

▷뱃사람이나 비행사는 이런 위험상황에 부닥치게 되면 우선 선체나 기체의 요동이나 진동을 최대한 줄이면서 그 위험지역을 무사히 벗어나는 것이 최상책이다. 이를 위해 뱃사람은 배의 추진력을 유지하면서 뱃머리를 상대적으로 큰 파도 쪽을 향하게 하는 가운데, 다른 쪽 파도로부터의 충격을 조심스럽게 흡수하면서 배의 균형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한편 비행사는 비행속도를 줄여 기체의 진동을 최대한 줄이면서 그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삼각파도나 난기류의 발생 위치와 시간을 미리 알 수 있다면, 그곳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된다. 문제는 자연의 조화가 항상 규칙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인데 지금 ‘북한 핵’이라는 돌풍에 휘말린 한미관계가 그런 형국이다.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문제와 맞물려 이 돌풍의 향배와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이제 두 주 정도 있으면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의 정치 외교적 입지를 험한 삼각파도 해역을 뚫고 나가야 할 뱃사람이나 난기류를 통과해야 할 비행사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박용옥 객원논설위원·전 국방부차관 yongok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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