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육로관광 논의할 때 아니다

  • 입력 2003년 2월 3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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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내일부터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한 사전답사를 실시한다는 소식이다. 물론 육로관광이 이뤄지는 것이 원론적으로는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지금이 어느 때인가. 현대상선의 대북(對北) 비밀송금을 둘러싼 의혹으로 나라 전체가 소란스러운 판에 사전답사를 한다니 택일(擇日)이 대단히 잘못됐다.

먼저 사전답사를 허용한 정부는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다. 정부가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금강산 사업으로 덮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국민의 눈길을 돌리려는 것인지 아니면 경협이 돈 준 만큼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양쪽이 합심해서 보여주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대북 송금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고 이에 비판적인 여론에는 극단적 언사를 사용하는 것도 눈여겨볼 일이다. “동족 사이의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경제협력을 문제시하면 오직 대결과 충돌, 전쟁밖에 없다”는 협박은 북한이 남북경협 사업의 일방적 수혜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적반하장에 해당한다. 임동원 특사가 다녀온 후 나타나고 있는 북한측의 이런 이상한 행보를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무엇인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이다.

정부가 이 사건을 폭로한 엄낙용 전 산업은행 부총재는 검찰 수사를 이유로 출국금지시킨 상태에서 정작 비밀송금을 주도한 현대아산이사회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사장은 출국금지를 해제해 가면서 이번 사전답사에 나서게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지금 금강산 육로관광보다 서둘러야 할 일은 2235억원 대북 송금의 내막을 소상하게 밝혀 국민의 상한 마음을 달래 주는 일이다. 비밀송금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금강산 육로관광이 성사된다 한들 국민적 호응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남북경협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의 투명성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대북 송금 문제가 완전 해결될 때까지 남북경협 사업은 중단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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