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OG 공동성명 발표]"北과 대화 하되 협상 없다"

  • 입력 2003년 1월 8일 18시 00분


미 워싱턴에서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 회의를 마친 한미일 3국 대표가 7일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이태식 한국 외교부 차관보,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야부나카 미토지 일본 외무성 아주국장. -워싱턴 AFP연합
미 워싱턴에서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 회의를 마친 한미일 3국 대표가 7일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이태식 한국 외교부 차관보,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야부나카 미토지 일본 외무성 아주국장. -워싱턴 AFP연합
미국 정부가 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힘에 따라 북핵 문제에 숨통이 트였다. 그동안 마주 달리던 기관차처럼 ‘선(先) 핵폐기’를 주장하던 미국과 ‘불가침조약 체결’을 주장해온 북한이 대화의 접점을 찾을 여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화 용의 표명은 전략적 변화가 아닌, 전술적인 변화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북한의 호응을 쉽게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입장 변화?=미국 정부는 TCOG 회의를 통해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할 ‘의사’를 나타내면 북-미 대화 재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요구한 제안을 받아들인 셈이다. 이는 북한이 즉각적이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기 전에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던 과거와도 달라진 모습이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핵 의무를 완료하기 전에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초기 접촉 형태에 대한 입장을 변화시켰다고 해서 미국이 북핵 문제나 북-미 대화에 대한 정책을 바꾼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 정부가 현재 거론하는 ‘대화’는 실무적인 ‘대화’(talk)일 뿐이며, 정상적인 국가간의 대화 개념에 포함되는 ‘협상’(negotiation)의 뜻을 배제한 것이기 때문이다.

바우처 대변인은 “북한이 기존 (비핵) 의무를 이행토록 하기 위해 보상이나 대가를 제공하지는 않겠다”며 “우리는 북한이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대화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반응과 전망=뉴욕 타임스는 8일 “부시 행정부가 동맹국들의 압력 속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북한과 대화할 의지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국무부가 러시아 중국 호주 캐나다와 유럽연합(EU) 외교관들에게 성명 내용을 브리핑했으며 한 외교관은 “매우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아사히 등 일본의 주요 신문들도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입장을 고려해 북한에 대해 ‘최대한 양보’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지난해 12월30일)를 비롯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미국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해 왔다. 이번 TCOG 회의가 외교적인 해결 원칙을 재천명했고, 북한도 자신들이 표명한 기존의 입장에 따르기 위해 일단 미국의 대화 재개 의지에 화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일단 북한의 중앙통신은 8일에도 “미국이 핵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으로서는 ‘불가침조약 체결’ 등의 요구가 거부된 상황에서 극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워싱턴=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TCOG 공동 성명 요지▼

△한국 미국 일본 3국 대표단은 북한에 핵무기 개발계획의 폐기를 요구한다. 3국 대표단은 이 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노력 의사를 재천명한다.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관계는 국제사회의 핵 정책에 대한 완전한 수용과 핵무기 개발계획에 대한 신속하고도 검증 가능한 방법을 통한 폐기 여부에 달려 있음을 강조한다.

△3국 대표단은 북한이 핵 동결 해제조치를 원상 회복할 것과 더 이상 무모한 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3국 대표단은 6일 채택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의 결의를 강력히 지지한다.

△3국 대표단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데 어떤 안보적 근거도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 대표단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위협하거나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천명한 사실을 거듭 밝혔다.

△3국 대표단은 남북대화와 북-일대화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표명한다. 미 대표단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어떻게 준수할 것인지에 관해 북한과 기꺼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그러나 미 대표단은 북한이 기존 (비핵)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보상이나 대가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3국 대표단은 심각한 문제(북핵 위기)를 해결하는 데 3국간 긴밀한 공조가 여전히 필수적이란 점을 재확인하고 이른 시일 안에 대북정책 공조를 위한 회의를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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