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략적 개헌논의는 안 된다

  • 입력 2002년 11월 28일 19시 02분


개헌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탐탁지 않다. 과거 군사정권이 집권연장이나 정치적 흥정의 수단으로 삼아왔던 이유에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뀐 이상 개헌을 그렇게 부정적 시각으로만 볼 수는 없게 됐다. 헌법 운용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거나 시대적 요청이 있을 경우 민의에 따라 고칠 수 있어야 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인 현행헌법을 고치자는 정치권의 주장은 그래서 논의할 가치가 있다.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크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가 달라 구조적인 정치불안정을 부르고 있는 것도 이유가 된다. 한두 해 간격으로 벌어지는 선거판에서 낭비되는 국력도 문제다.

따라서 우리는 개헌문제가 대선의 주요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 주목한다. 어차피 집권기간 중 불쑥 내놓는 개헌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이 문제는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거론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각 당이 구체적인 개헌내용과 일정 방식을 공약으로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개헌논의가 권력을 나눠 먹기 위한 정치적 흥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민주당과 국민통합21간에 거론되고 있는 개헌논의는 ‘권력분점’이라는 말 때문에 특히 국민 눈에는 순수하게 비치지 않는다. 권력 나눠 먹기의 선례인 DJP연합이 연상되기도 한다.

특히 정몽준 대표가 “2004년 분권형 개헌이 선거공조의 핵심”이라며 조건부로 개헌을 거론하는 것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후보는 이에 대해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막연하게 추후 논의하자는 식이어서는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 국민통합21측이 ‘얻어낼 것은 얻어내야 한다’고 내놓고 민주당을 압박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도이겠는가. 민주당은 겉으론 난색을 표시하면서 결국 물밑거래를 통해 수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걷어내야 한다.

나라의 운명과 국민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권력구조 문제가 일부 정파의 정략적 접근으로 다루어지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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