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반도가 중심축의 하나였다 ´문명교류사 연구´

  • 입력 2002년 11월 22일 17시 37분


◇문명교류사 연구/정수일 지음/584쪽 3만2000원 사계절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요즈음 한국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서술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근대의 우리 역사에 대한 거시적 조감이 부족한 것 역시 사실이다. 고래로 한국은 동아시아 문화권의 일환이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 병존하는 다양한 성격의 문화권과도 유기적 관련성을 유지하며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전개하여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문화의 고유한 속성을 이해하기 위한 방편으로서도 고대에 전개된 대외문화교류의 양상에 대해 세계사의 흐름과 아시아 제 문화권과의 입체적 구조 하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새로이 출간된 정수일 단국대 교수의 논저 ‘문명교류사 연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서문화교류사에 관한 많은 논저와 역서를 통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정교수는 한국의 실크로드학의 기반을 다진 업적 이외에도, 고대 한국문화를 실크로드를 통한 문화교류의 연장선상에서 재해석하여, 우리문화에 대한 해석의 지평을 넓혀왔다.

본서는 기존에 발표된 문명교류사 관련 연구논고 18편을 수합한 논총으로, 기존의 개설서와 달리 저자의 학적 역량을 가장 심도있게 접할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다. 저자는 기존의 한문사료 등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를 통하여 고대 동방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슬람 관련자료 등 현지사료를 종횡무진으로 섭렵하여 무슬림 여성상에 대한 본질적 특징을 논하는 등 우리 사회의 이슬람 문명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본서의 압권은 무엇보다도 육로와 해로 등 소위 실크로드를 통한 한국문화 대외교류의 실상을 논파한 점에 있다. 육로 즉 오아시스 루트나 초원 루트를 통한 고대 한국문화의 대외교류에 대해서는 역사학 분야뿐만 아니라 고고·미술·민속학·음악·복식 등 여러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연구가 축적되어 있지만, 특히 해로를 통한 문화교류의 구체적 실상을 다룬 논고는 저자의 가장 큰 학적성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불교의 남전설(南傳說)을 비롯하여 구체적인 해로의 양상, 그리고 중세 아랍인들의 신라에 대한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여 정리한 논고는 당시의 서아시아와 동아시아를 잇는 해상교역이 동아시아까지 연결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한반도가 바로 그 중심축의 하나였음을 나타내는 중요한 논지라고 할 수 있다. 금년 가을에 일본 나라(奈良)의 쇼소인(正倉院)전에서 공개된 신라관련 유물들은 당시 동아시아 해상교역에서의 신라의 위치를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다.

동서문화교류사 연구에 있어 가장 취약한 부분 중의 하나인 해상을 통한 교류문제는 중국 남방 지역의 청동기 문제, 유리기 문제, 불교동점의 남전설 문제 등을 비롯하여 요즈음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의 해당 논고는 한국의 고대사를 고찰함에 있어서도 새로운 연구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나아가 자극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동서문화교류사나 실크로드를 통한 고대 한국문화의 대외교류 그리고 우리 문화의 속성을 거시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필히 일독을 권하고 싶다.

민병훈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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