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지난 반세기 佛지성사 한눈에 ´구조주의의 역사´

  • 입력 2002년 11월 22일 17시 37분


자크 라캉/ 레비 스트로스/ 자크 데리다/ 루이 알튀세/ 미셀 푸코
자크 라캉/ 레비 스트로스/ 자크 데리다/ 루이 알튀세/ 미셀 푸코

◇구조주의의 역사 2/프랑수아 도스 지음 김웅권 옮김/304쪽 1만5000원 동문선

‘구조주의의 역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다룬 마틴 제이의 ‘변증법적 상상력’을 떠올리게 한다. 두 책 모두 각각 20세기 독일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상을 다루되 그 사상의 내용보다는 그 사상이 뿌리내린 당대의 지적 분위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프랑스 구조주의자들의 사상은 한물 갔다고 할 정도로 국내에 많이 소개됐다. 그러나 구조주의의 사상이 싹틀 당시 프랑스 지식사회의 지적배경과 분위기를 보여주는 책은 별로 없다. 이 책은 그에 대한 궁금증을 확실히 풀어준다.

‘구조주의의 역사 2’는 1998년 ‘구조주의의 역사 1’이 나온 이후 4년만에 뒤늦게 번역돼 나왔다. 1권이 1945년 리베라시옹(해방)이후 구조주의의 태동기를 다뤘고 2권은 60년대 전성기를 다루고 있다. 내년 2월경 출간예정인 3,4권은 70년대 이후를 다룬다.

60년대가 시작될 때만 해도 프랑스의 정신세계에서 소르본 대학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소르본대 문학 교수들 사이에서 언어에 대한 관심은 지극히 초보적 수준이었다. 그곳에서 언어학은 초등학교 하급 학년에서 언어 습득 정도의 수준으로 격하돼 있었다. 유일한 예외는 앙드레 마르티네의 일반언어학 강의였다. 그는 55년 귀국했을 때 30명 정도가 들을 수 있는 조그만 강의실에서 가르쳤다. 그러나 60년에는 400명이 들을 수 있는 데카르트 강당에서 수업을 했고 67년에는 이도 모자라 6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리슐리외 강당에서 가르쳤다.

사실 이런 혁신은 스트라스부르나 브장송 같은 주변부 대학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르본의 절대적 지배에 균열을 초래한 것은 64년 파리 근교의 낭테르 대학의 설립이었다. 이로 인해 스트라스부르나 브장송에서 간신히 인지될 수 있었던 구조주의 흐름이 파리 지역에서는 전혀 다른 규모로 일어났다. 언어학은 언어와 관계있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가 됐다.

당시 지적 열광은 잡지의 활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라캉이 주도하는 잡지 ‘정신분석’이 56년에 나왔고 레비 스트로스가 주도하는 잡지 ‘인간’은 64년에 나왔다. 구조주의가 권좌에 오른 66년에는 앙드레 마르티네를 편집장으로 하는 ‘언어학’이란 잡지가 태어났다. 권위있는 라루스 출판사는 ‘언어들’이라는 독자적인 언어학 잡지를 내놓았다. 구조주의의 주장을 확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또 하나의 잡지는 롤랑 바르트를 중심으로 고등연구원 제6분과가 주도한 ‘코뮈니카시옹’이었다.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잡지는 ‘텔켈’이었다. ‘텔켈’은 구조주의의 국제기관지로 통할 정도였다. 바르트와 자크 데리다는 ‘텔켈’과 매우 가까웠으며 라캉의 담론은 그의 세미나를 충실히 수강했던 필리프 솔레르스와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논문들과 더불어 이 잡지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루이 알튀세는 64년 프랑스 공산당의 문학지인 ‘신비평’에 ‘프로이트와 라캉’이라는 문제의 논문을 발표했고 이 ‘신비평’은 ‘텔켈’지로부터 지적 현대화 작업에 공동으로 참여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 레비 스트로스 대(對) 장 폴 사르트르, 레비 스트로스 대 리쾨르, 레비 스트로스의 그늘에 가린 아프리카학의 대부 조르주 발랑디에, 생클루 가(街) 고등사범학교를 대표한 장 투생 드장티 대 울름가 고등사범학교를 대표한 알튀세, 알튀세의 ‘마르크스를 위하여’와 미셀 푸코의 ‘말과 사물’이 서점가에서 거둔 놀라운 성공 등 흥미진진한 얘기들로 가득차 있다.

구조주의의 역사는 흘러간 지난 반세기 동안 프랑스인의 지적 모험이었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이후부터 오늘날까지 프랑스 사유의 전개과정을 세밀하고 탁월하게 그려낸 역작이다. 원제 Histoire du Structuralisme(1991년).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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