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눈]김철수/대통령 인수인계법 만들자

  • 입력 2002년 11월 13일 18시 15분


내년 2월 25일이면 새 대통령이 취임하게 된다. 대통령 취임과 함께 새 국무총리와 내각이 구성되어야 할 것이나 현재의 인사청문회법 하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 기간이 15일 정도 걸린다면 새 내각의 출범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야는 최근 인사청문회법에 특례 규정을 두어 편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전 총리후보를 지명하고,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준비를 한 뒤, 대통령이 취임 후 국회에 총리 임명동의를 요청하면, 표결을 통해 총리 임명동의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다. 새 총리가 임명되면 그의 제청으로 국무위원들을 임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편법해결론 국정공백 못막아▼

1998년 대통령직이 인수인계되었을 때도 편법을 써서 논란이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당일 국무총리와 감사원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제출했으나 국회가 이를 즉시 처리하지 않음으로써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당시 대통령은 김종필씨를 국무총리서리로 임명했으나 국무총리서리는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하여, 퇴임할 고건 총리가 새 국무위원들을 제청하는 편법을 써서 새 내각을 구성했다. 이것이 국무총리서리 제도의 위헌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퇴임하는 총리가 새 정부의 국무위원을 제청할 수 있는가도 큰 논란이 되었다.

당시에는 김영삼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져 사실상 김대중 당선자가 요리하던 시대였는데도 여소야대 국회 때문에 국무총리서리 제도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국회법상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둘 수 있게 했고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어 있어 인사청문회가 12일 정도 걸릴 예정이다. 그래서 국정의 공백이 더 오래 갈 가능성이 크다.

의원내각제 국회에서는 선거전에 이미 섀도 캐비닛이 구성되어 있고 총선 후 국회에서 곧 총리를 선출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인사청문회를 오래 끌거나 총리임명동의가 거부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헌법상 관례처럼 되어 있는 국무총리서리 제도는 위헌이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할 수는 없다. 더구나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전에 총리 후보에 대한 임명동의를 요청하는 것도 실정법에 위반된다고 하겠다.

1997년 말 김대중 당선자는 김영삼 대통령에게 요구해 대통령직 인수인계에 관한 영(令)을 만들게 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 등의 근거를 마련한 뒤 예산을 배정받은 바 있다. 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현직 경제관료들을 외국에 파견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극복을 위해 노력했고,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의 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국회에 회부해 대통령 취임 전 새 정부조직법을 개정 공포한 바 있다.

이 관례에 따라 편법으로 대통령 당선자가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빌려 새 국무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인사청문회 준비를 사전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러나는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러날 대통령이나 정부로서는 새로 취임할 대통령과 정부를 적극적으로 도와 대통령직 인수인계를 순조롭게 하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협조가 잘 안 되는 경우를 대비해 ‘대통령직 인수인계에 관한 법’을 제정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다.

▼물러날 대통령 적극 협조를▼

대통령직의 인수인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 이 법에 당선자의 권한 등을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권인수위원회 설치, 당선자의 공약 이행, 당선자의 집무실, 예산, 경호실 등에 관한 특례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특별법에서 당선자가 취임 전 국회에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수 있게 한다면 인사청문회법에 특례를 규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합헌적인 해결이 될 것이다.

대통령 당선일과 취임일 간에는 약 67일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당선자와 레임덕 대통령 사이에 불화가 생길 우려가 있다. 레임덕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이 당선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그의 원만한 정권 인수를 위해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통령 선거 이후의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여야는 ‘대통령직 인수인계에 관한 법’을 제정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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