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다던 선거개혁 어디로 갔나

  • 입력 2002년 11월 13일 18시 15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의 선거개혁 작업이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이번 대통령선거는 기존 선거법에 따라 치를 수밖에 없게 됐다. 돈 안 드는 선거에 대한 기대가 물거품이 되면서 벌써부터 또다시 조(兆)단위 돈 선거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게 될 경우 대선이 끝난 뒤 또다시 심각한 대선자금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로써 정치권의 선거개혁 주장은 애당초 빈말이었고, 선거개혁 논의는 시늉에 불과했다는 것이 증명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7월에 선거공영제를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향적인 선거개혁안을 만들어 9월 초에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치권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정쟁에만 골몰하던 정치권이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한 것은 대선을 50여일 앞둔 지난달 말이었다.

무성의한 정치권이 논의하는 모양새를 취해봤자 제대로 된 합의를 도출해 낼 리 만무했다. 특위의 선거관계법개정소위에서 선거개혁을 논의한 것 자체가 11일과 12일 단 이틀뿐이었다. 그나마 후보자간 TV토론을 대폭 늘리고 정당연설회를 폐지하는 것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소일하다 아무 결론 없이 시한을 넘겨버렸다.

이 같은 정치권의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정치권에서도 특히 겉 다르고 속 다른 분야가 선거개혁인 것이다. 통상 당의 형편이 나은 쪽이 더 미온적이다. 선거개혁을 하면 돈이 덜 들어 어느 쪽도 나쁠 게 없을 텐데 정치권이 소극적인 것은 나름대로 은밀하게 막대한 선거자금을 조달할 길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의 개심(改心) 없이는 대선 이후에도 선거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적 부정부패의 뿌리가 바로 선거라는 점에서 선거개혁은 정치개혁의 시작이자 끝이다. 따라서 선거개혁 무산은 전반적인 정치개혁의 전도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이제 정치권만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게 됐다. 유권자들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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