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찬밥株' 뜯어보면 '보약株' 숨어있다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8시 52분


우리 속담에 “콩알이 여러 번 굴러봐야 호박 한 바퀴 구르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데이트레이더들이 하루에 몇 번씩 사고 팔아 조금씩 이익을 내는 것보다 앞으로 증시를 이끌어갈 주도주를 발굴해 장기 투자하는 수익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가리킨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롯데칠성 삼성화재 등 ‘묵직한 종목’들은 속담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의 뮤추얼펀드 산업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보브 프뢰리히는 ‘섹터노믹스(Sectornomics)’라는 독특한 투자전략을 제시한다. ‘섹터노믹스’란 개별 기업이나 지역(국가)을 뛰어 넘어 개인의 투자 행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업종(섹터)에 중심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그는 21세기 주도 섹터로 제약과 정보기술(IT) 및 금융 등을 제시한다.

피데스투자자문의 송상종 사장은 “잠재력은 있는데 지금 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돼 찬밥 신세가 되고 있는 종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가 제시하는 종목은 우리금융지주회사. 우리금융 주가는 액면가를 밑돌며 국민은행의 10분의 1에 머무는 것은 지나친 냉대라는 분석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구조조정과 가계 및 기업 대출 부실화 등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았지만, 경쟁력 있는 금융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물론 그런 잠재력이 현실화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고 주가가 그것을 반영하기 위해선 1년 이상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현재 상황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상황은 끊임없이 바뀐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똑똑하고 성공하는 투자자는 그런 변화의 조짐을 뛰어난 상상력으로 남보다 앞서 찾아낸다. 이런 일은 많은 지식이나 신비한 기술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할인점에 가서 물건을 사거나, 뉴스를 보고 읽고, 여러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도 얻을 수 있다. 민감한 감수성으로 모든 일들에 의문을 품고 생각하면 된다.

주식투자로 번 돈으로 2조원 규모의 천리포수목원을 세운 고 민병갈(미국 이름 밀러) 원장이 “주식을 너무 가까이서 보지 말라”고 충고한 것도 일상에 매달리다 보면 큰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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