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극과 극…KS 격돌 삼성 김응룡-LG 김성근감독

  • 입력 2002년 11월 5일 17시 53분



《30여 년을 기다려 마침내 정상에서 만났다.

나이는 한 살 차이지만 라이벌로 한국 야구 반세기를 이끌어온 삼성 김응룡감독(61)과 LG 김성근감독(60).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2차전까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1승씩을 주고받았다.》

두 감독의 지도자 철학은 이들이 걸어온 인생역정 만큼이나 극과 극이다. 몸무게 0.1t의 ‘코끼리’ 김응룡이 엄하면서도 배려를 아끼지 않는 아버지라면 ‘영원한 승부사’ 김성근은 자상하지만 원리원칙을 따지는 어머니 스타일. 김응룡이 직감에 의존한 굵은 승부를 선호하는 반면 김성근은 상대 선수의 버릇까지 꿰뚫는 데이터 야구에 밝다.

김응룡은 해태에서만 18년 장기 집권을 하며 한국시리즈 V9의 영광을 안은 ‘늘푸른 소나무’. 그러나 김성근은 우승 경력 한번 없이 숱한 중도 해임의 역경을 겪으며 무려 여섯 팀을 거친 ‘잡초’란 점에서도 대조적이다.

이들이 이처럼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6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일교포 왼손투수였던 김성근은 야구가 좋아 고교 졸업후 홀홀단신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말까지 서툰 그를 반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부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접었던 김성근은 이 때부터 오로지 야구 공부에만 매달렸다.

반면 당대 최고의 오른손 강타자였던 김응룡은 부산상고 시절부터 한일은행을 거쳐 감독이 되기까지 항상 최고의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주위엔 언제나 사람들이 모였고 그가 가는 팀은 항상 최고의 팀으로 남았다.

하지만 사람은 달라도 야구는 하나. 두 감독은 자신이 맡은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카리스마에선 공통점을 보인다. 김응룡이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사용하며 선수단을 휘어잡는다면 김성근은 2군 선수의 속마음까지 어루만져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스타일.

그러나 한국시리즈 챔피언 자리는 하나 뿐이다. 이제 승부를 가려야 한다. 권좌에 아홉 번이나 앉았던 김응룡이 다시 화려하게 복귀할지, 아니면 오랜 야인생활 끝에 처음으로 처음으로 도전장을 던진 김성근의 차지가 될지, 한국시리즈의 결말이 정말 궁금하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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