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엄삼용/´동강 살리기´ 예산부터 확보하라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8시 06분


1998년경부터 2000년까지, 강원도 동강은 여론의 중심에 있었다. 산골 오지에 숨겨져 있어 많은 이들에게 미답의 땅으로 남아있던 동강 상류에 댐을 건설한다는 정부계획에 대해 일부 환경단체들이 ‘동강 생태계 보전’을 외치기 시작했고, 이 여론은 매스컴을 통해 일반에게 급속히 확산되었다.

드디어 2000년 6월5일 ‘환경의 날’. 김대중 대통령은 동강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 댐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동강을 영구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동강 보존운동이 결실을 얻는 순간이었다. 동강의 아름다운 생태계를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는 희망에 많은 이들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는 개발에 밀려 환경문제는 등한시되던 당시까지의 개발우선주의 논리를 잠재우는 일대 사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지자체와 중앙정부간의 갈등은 이 같은 국민의 소망을 담기에 너무도 부족한 것이었다. 강원도와 환경부의 동강 보전을 위한 움직임은 종합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동강댐 백지화가 선언된 지 근 2년이 되어서야 강원도의 자연휴식지 지정과 환경부의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이 중복되게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간의 관리 책임과 역할 분담은 명확하지 않았다.

그동안 각종 도로공사 등 유역 주민들을 위한 지원사업에 들어간 비용은 400억원을 넘지만 각종 사업은 성과 위주로만 이뤄졌고,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지원에 대한 형평성 논쟁만 낳았다. 이 와중에 동강 주변은 물밀 듯 밀려드는 래프팅 관광객과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주변의 난개발로 훼손돼 가고 있었다.

특히 환경부는 2002년 8월 9일 정선군 광하교에서 영월군 섭세의 46㎞에 이르는 동강수면과 주변 국·공유지 64.97㎢를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고시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생태계보전지역 중 가장 넓은 면적이라는 설명 등이 잇따랐다. 그러나 정작 가장 많은 난개발이 이뤄져온 강유역 사유지 31㎢에 대해서는 예산이 없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가 확보한 올해 관련 예산은 39억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실정은 환경부가 동강 생태계보전지역에 대한 자연자원 및 이용자의 관리방안 등 체계적인 관리시스템과 운영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성급히 지정만 했다는 비난을 낳고 있다. 나아가 국가지정 생태계보전지역은 국가가 매입해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리 및 관리비용을 지자체에 위임 또는 위탁하려 한다는 의구심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이제 동강을 둘러싼 정부 당국의 각종 조치에 대한 중간점검이 있어야 할 시점이다. 또 하나, 동강문제와 관련해서는 환경단체들의 책임도 묻고 싶다. 그동안 부르짖었던 동강댐 건설반대가 단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었다면, 이제 동강 유역 보전을 위한 당국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지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동강이 다시 생명력 있는 강으로 태어나 우리 후손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사회, 주민들의 관심과 노력을 촉구한다.

엄삼용 강원 영월 ´동강 보존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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