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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18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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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夭折)이라는 단어는 천재의 전유물처럼 보인다. 단지 남보다 죽음을 일찍 맞이했다는 것 만으로는 범인(凡人)의 눈을 끌지 못한다. 사람들이 요절한 천재를 동경하는 것은 그들이 일찍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 짧은 삶을 통해 긴 여운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요절은 죽음보다는 삶을 표현하는 단어인지도 모른다.
무병장수를 원망하는 인지상정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벗어나기 어려운 매력에 사로잡혀 요절을 곁눈질한다. ‘왜 죽음은 그들을 유혹했을까’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역시 제목에서 먼저 독자의 눈을 끌어당긴다.
이 책이 초점을 맞춘 부분 역시 ‘죽음’에 앞선 ‘삶’이다. 저자의 눈길을 붙잡은 예술분야는 미술. 이중섭 손상기 나혜석 최욱경 등 화가 12명의 삶을, 짧은 전기를 쓰듯 묘사했다.
책은 작품에 묻혀 자칫 잊혀지기 쉬운 천재들의 격정적인 모습을 되돌아본다. 마치 그들의 역작을 감상하듯, 그들의 생 자체를 때로는 경외의 눈길로, 때로는 안타까운 눈길로 더듬는다.
요절 화가 12명의 생을 나름대로 분류한 방식도 독특하다. 저자는 화가가 살았던 시대와 무관하게 그들의 삶의 방식을 주제화한다. 예를 들어 1916년생 이중섭과 1949년생 손상기는 ‘운명, 사랑을 만나다’에서 한 범주로 묶였다. 사랑으로 삶의 의욕을 얻었으나 결국 애절한 사랑이 죽음의 계기가 된 두 화가의 공통점을 발견해낸 것. 결코 순탄치 않았던 천재들의 삶을 곱씹어보는 동안, 책에 곁들여진 화가의 그림도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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