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벨상에서 일본을 배운다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8시 19분


일본 대졸 출신 기업연구원의 노벨 화학상 수상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차지한 일본 과학기술의 실력이 부럽고 이에 비해 초라한 우리의 과학기술 현실이 부끄럽다. 학사학위 정도로는 취업이 어려워 석사에 박사까지 받고도 제 길을 못 찾는 우리의 사회적 학력 낭비현상이 또한 부끄럽다.

우리나라는 물리 화학 의학 등 기초과학분야에서 아직 한 명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반면 일본은 연속 3년째 수상자가 나왔다. 이는 우연히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한 세기 이상 꾸준히 이어진 일본 대학과 기업의 과학기술연구 전통이 이뤄낸 업적이다.

화학상을 탄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는 전기공학을 전공한 화학분야 연구원으로 그가 화학에 대해 공부한 것은 고등학교 때와 회사에 들어와 연구한 것이 전부라고 하니 일본의 과학교육 수준을 짐작케 한다. 그가 근무했던 시마즈제작소가 130년의 전통에다 대학보다 더 학구적인 연구풍토를 가진 기업이라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가. 과학기술자를 우대하는 사회분위기와 정책은 이미 개발경제 시대의 추억거리에 불과하다. 현 정권이 집권한 이후 대부분의 연구소에서 어설프게 실시한 단기적 성과주의는 연구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렸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바람에 과학기술분야의 연구의욕은 크게 떨어졌다. 우리 사회에서 이공계 출신들에 대한 경제적 푸대접은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초래했다. 과학영재를 가르치는 과학고등학교의 학생들조차 대부분 경제적인 대우가 나은 의과대학만을 고집하는 실정이다.

일본이 경제개혁에 실패해 장기불황을 겪고 있다지만 쌓아놓은 과학기술의 저력은 굳건하다. 우리의 과학기술과 기업의 역사는 일본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 과학기술의 업적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도 없다.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육성정책을 반성해 본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