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눈에 띄는 ‘우리말 상표’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14분


올 6월 중국으로 출장갔을 때 만난 중국 업체 관계자에게 ‘THIS’ 담배를 건네자 그는 어느 나라 담배냐고 물었다. 기자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담배라면서 “과거에는 거북선 아리랑 등 한국말 이름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엔 영어 이름이 많다”고 대답했다.

한국인들이 거북선과 아리랑에 대해 갖는 역사의식과 정서를 설명하자 그는 “왜 좋은 이름을 두고 안 쓰느냐”고 다시 질문했다. 기자는 머쓱해졌다.

9일은 556돌 한글날. 특허청이 8일 발표한 올해 상표 등록 통계를 보면 상표에서 순수 우리말이 곧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올 9월말까지 신청한 상표의 13.3%만이 우리말을 사용했다. 반면 영문 상표가 50.0%, 영문과 우리말을 섞어 쓴 상표가 26.7%였다. 이는 전체 등록 신청 8만1000여건 중 2100여건을 표본 추출해 조사한 것이었다.

우리말 사용은 요식업(43.4%) 식료품(41.1%) 과자류(34.1%) 등이 높은 반면 의약품(8.9%) 화장품(5.7%) 의류(3.6%) 전기·전자제품(3.2%) 등이 낮았다.

우리말로 등록을 신청한 상표는 불가사리(의약품) 꼬마들, 인생은 아름다워(화장품) 뽀송이, 황소개구리(의류) 가위바위보, 들꽃세상, 갯마을(과자류) 등.

특허청 관계자는 ‘해찬들’ ‘풀무원’ ‘참그루’ ‘옹가네’ ‘산내들’ 등의 식품류와 ‘뿌셔 뿌셔’ ‘뿌요 뿌요’ ‘짱구’ ‘오잉’ 등 과자류가 우리말 마케팅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그마나 꾸준히 우리말 상표 등록 신청이 들어오는 이유로 보고 있다.

회사 이름이나 제품 이름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브랜드다. 민간 기업이 어떤 브랜드를 쓰든 남이 뭐라 간섭하기 어렵다. 기업인만큼 브랜드로 고민하는 사람들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영문 브랜드만 살아남는다면 한국인의 정체성도 훼손되지 않을까. ‘세계화는 우리 것에서부터’라는 말처럼 아름답고 고운 한글로 된 브랜드가 많이 나와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한글날을 맞아 기대해 본다.

구자룡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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