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하키]“잊혀지지 않으려 이 악물었죠”…男하키 4강

  • 입력 2002년 10월 4일 18시 01분


전재홍 남자하키 감독
전재홍 남자하키 감독
한국 남자하키대표팀 전재홍 감독(45·성남시청)은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지휘봉과 함께 자동차 핸들도 잡아야 했다. 선수들을 실은 승합차를 직접 몰고 숙소와 훈련장을 오간 것.

7월 중순부터 지난달 말까지 김해에 캠프를 차린 대표팀은 대회장소인 부산 강서하키장에서 현지적응훈련을 가졌는데 전용버스가 없어 이동수단으로 렌트카를 썼다. 20명의 선수단을 한꺼번에 태우지 못해 선수들의 개인 지프 2대까지 동원했다. 선수들을 지도하느라 녹초가 된 전재홍 감독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매일 1시간 이상 운전까지 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열악한 상황은 기본적인 숙식문제에서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잘 먹고 푹 쉬어야 힘을 쓸텐데 비좁은 여관방 신세였다. 대부분 여관이 ‘낮 손님’을 받아야 한다며 장기 투숙을 꺼리는 바람에 숙소를 옮겨 다녀야 했다. 2인 1실인데 침대는 하나밖에 없어 1명은 맨 바닥에서 잤다.

끼니때마다 식당에서 밥을 사먹다 보니 영양을 고려한 식단은 남의 나라 얘기였다. 국고로 지원되는 일당은 선수 1인당 식대 1만8000원에 숙박비 1만1000원. 한끼에 6000원꼴이다. 재정상태가 열악한 대한하키협회에서 겨우 하루 1만원 정도를 더 보조해줬지만 한창 때인 선수들의 허기를 채우기에도 부족했다.

하키가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서 악조건과 싸운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나마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않으면 잊혀지는 존재가 된다는 비장한 각오로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재홍 감독은 “어려운 현실은 이미 초월했다”며 “어차피 하키는 풍족한 사람이 하는 운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달픈 준비과정을 거친 한국 남자 하키가 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8년만의 정상 복귀를 노리는 한국은 4일 강서하키장에서 열린 예선 A조 마지막 경기에서 98년 방콕대회 우승팀인 강호 인도와 1-1로 비겼다이로써 한국은 2승1무로 인도와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로 1위를 확정, 4강전에서 껄끄러운 상대인 파키스탄을 피해 말레이시아와 결승 진출을 다툴 공산이 커졌다.

부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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