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원제무의 도시문화 오딧세이´

  • 입력 2002년 10월 4일 17시 44분


◇원제무의 도시문화 오딧세이/원제무 글 그림/295쪽 1만5000원 청아출판사

잘 짜여진 도시는 어떤 조각품이나 교향곡 못지 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푸른 숲이 펼쳐져있고, 수많은 박물관과 문화재가 있고, 걸어다니기 편하면서도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신속하고 기업활동을 하기에 편한 도시. 누구나의 가슴속에만 있는 이상향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외에서 만나는 수많은 선진 도시들은 인간의 끝없는 도전이 이미 이상에 근접한 형태로 아름답게, 또한 기능적으로 형상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도시 교통문제 전문가인 저자는 직접 그린 수채화와 함께 유럽 남미의 17개 도시를 소개한다.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유럽으로 열린 창’으로서 계획도시를 건설하고자 했던 표트르 대제의 야망과 18세기 러시아의 꿈을 한 몸으로 웅변한다. 손가락 형태의 5개 축으로 계획된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규모의 변화에 압도되지 않는 현대도시의 기능주의적 이상을 보여준다.

도시가 담은 이상이, 그 실현된 형태로서의 아름다움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모스크바는 형식화에 흐른 도시발전의 황폐함을 상처로 드러낸다. 20세기 들어 인구가 감소한 빈은 합스부르크 제국의 영화를 온몸으로 보여주지만 그 시대의 자태가 온존히 보존된데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붕괴와 도시기능의 축소라는 역사적 상처가 도사리고 있다.

“도시는 인간이 영혼의 영감을 얻기에 적당한 곳이다. 도시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할 때 동원되는 소재들은 그 도시를 방문하여 오랫동안 나눈 물리적, 정신적 교감의 부산물이다. 도시를 발견하는 것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접근이며, 비천한 구석이 있더라도 이해하는 마음으로 그 도시를 사랑하고 가슴을 맞대지 않으면 안된다.” (저자의 말)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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