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하형주-계순희 ‘통일의불’점화

  • 입력 2002년 9월 29일 18시 01분


2년 전 시드니올림픽에서 이미 본 것이지만 또다시 봐도 가슴 뭉클하게 하는 장면. 한 핏줄, 한 민족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인 듯했다.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남북 공동기수인 황보성일과 이정희는 두 손을 맞잡고 팔이 떨어져라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남측 유홍종 선수단장과 함께한 북측 방문일 단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셰이크 아마드 파드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 등이 자리한 귀빈석을 향해 두 팔을 크게 흔들며 인사했고 김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답례했다. 이 자리에는 그토록 우리를 괴롭혀 온 이념의 벽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었다.

남북 600명 선수들은 ‘우리는 하나’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선수들은 처음엔 서먹서먹했지만 행진이 시작되면서 관중의 기립박수가 끝없이 이어지자 마음의 벽을 허물고 한데 섞여 하나된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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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선수단의 입장이 감격 그 자체였다면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낸 성화 봉송은 ‘깜짝쇼’였다.

홍명보를 앞세우고 유상철 김태영 김병지 이민성의 월드컵 4강 태극전사가 성화 중간 봉송을 맡아 어느새 스타디움은 ‘붉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이어 끝까지 보안유지가 된 채 현장에서 발표된 성화 최종주자로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남측 하형주(동아대 교수)와 북측 계순희가 나란히 등장하자 스타디움은 탄성과 함께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날 미리 혼자 리허설을 했다는 하형주는 트랙을 돌면서 16년 연하인 계순희가 뻣뻣하게 굳은 모습을 보이자 같이 손을 흔들자며 리드했고 성화 점화를 위해 단상에 올라갈 때도 먼저 올라가도록 배려하는 등 감동의 장면을 연출했다.

부산〓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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