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값 못잡는 정부의 무능력

  • 입력 2002년 8월 25일 18시 08분


정부가 대증요법식의 아파트값 안정대책만 반복해 내놓다 보니 이제는 부동산시장에서 약효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 9일에는 재건축 아파트 투기 혐의자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까지 내놓았지만 오히려 재건축 일정이 확실한 강남 아파트와 여타지역으로 가격폭등의 불길이 옮아붙고 있어 또 한번의 실책이 예고되고 있다.

집값이 오르는 근본 원인은 물론 아파트의 수요 공급상 불균형에 있다.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에서 특히 그렇다. 또 저금리와 증시침체 때문에 시중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더 직접적인 원인은 이 정권 들어 실시된 성급한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2년 전부터 경기를 띄우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이면서 가장 부작용이 큰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선택했다.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이 부작용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아파트 청약규제 완화, 분양권 전매자유화, 양도소득세 경감 등 원칙에서 벗어난 정책을 무더기로 쏟아내 불을 지른 것은 정부였다. 상황이 불가피했었다면 그 후 시장여건 변화에 맞춰 발빠르게 제 궤도를 찾았어야 했는데 정부는 무능하다고 할 만큼 항상 때를 놓쳐 대책을 내놓았다.

시장에서 무시당하는 정책은 정부에 대한 신뢰까지 한꺼번에 추락시키고 있다. 정부가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지키겠다면 지금부터라도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은 부동산시장에 고인 여유자금의 물꼬를 돌릴 수 있는 금융정책이다. 현행 금리 아래서도 장기 투자자에 대한 혜택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는 고려될 수 있다.

교육불균형에서 오는 문제에 대해 좀 더 신중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 강남 열풍은 진정시킬 수 없다. 아울러 건설행정의 난맥상도 이 기회에 철저하게 점검되고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상대적 빈곤자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정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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