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국도7호선 울산-양산 곳곳 참사로 얼룩

  • 입력 2002년 8월 4일 18시 15분


7번국도에서 과속차량을 단속중인 울산남부경찰서 직원 - 울산=정재락기자
7번국도에서 과속차량을 단속중인 울산남부경찰서 직원 - 울산=정재락기자
1일 오후 4시경 울산 울주군 청량면 율리 청송마을 앞 7번 국도.

울산에서 경남 양산시 방면으로 탱크로리 한 대가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질주했다. 횡단보도 옆에 설치된 이동식 레이저 과속단속기에 찍힌 속도는 시속 115㎞로 제한속도(시속 80㎞)를 35㎞ 초과했다.

단속을 펴던 울산남부경찰서 교통지도계 박성규(朴成奎) 경사는 “질주하던 대형 트럭이 단속 경찰관을 보고도 도저히 급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어 그대로 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문수초등학교 앞을 거쳐 율현마을 앞까지 3.5㎞는 울산∼양산간 국도 7호선(총 연장 27㎞) 가운데 과속 차량에 의한 횡단보도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

100여 가구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 중간으로 도로가 관통하고 있지만 횡단보도 신호등과 중앙분리대 무인단속카메라 등 교통안전 시설물은 거의 갖춰져 있지 않다. 횡단보도도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커브길 바로 옆에 설치돼 있어 주민들이 사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청송마을 주민 홍대선(洪大善·72)씨는 “과속 차량을 피해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너고 나면 안도의 한숨이 나올 정도”라며 “신호등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구간에서 2000년 이후 발생한 교통사고는 17건. 이 가운데 올 1월 16일 오후 6시반에 60대 주민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숨지는 등 횡단보도 사고가 14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나머지 3건은 중앙선 침범사고였다.

이곳에서 양산 방면으로 약 3㎞ 가면 나타나는 대복고개도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곳. 오르막 1㎞를 지나면 곧바로 S자형 급커브 내리막길이 2㎞ 이상 계속돼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이 구간에 99년 중앙분리대가 설치되고 내리막길이 끝나는 가스충전소 옆에 무인단속카메라도 설치돼 과속 차량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올 들어 10여건의 사고가 발생하는 등 운전자들에겐 여전히 ‘마(魔)의 구간’이다.

이 구간은 또 좌우측이 산으로 가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응달이어서 겨울에는 빙판길로 변하기 일쑤. 비가 내리면 미끄러워 과속 차량의 전복사고도 잇따른다는 것이 단속 경찰관들의 지적이다.

이곳에는 질주하던 차량이 무인단속카메라를 보고 급브레이크를 잡은 흔적인 스키드 마크가 도로 바닥에 수십 개나 나 있어 내리막길 과속이 얼마나 심한지 반증하고 있다.

국도 7호선 가운데 직선형으로 개량된 양산시 구간을 제외하고 급커브 도로가 많이 남아 있는 울산∼양산시 경계까지 12㎞ 구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2000년 95건(사망 6명), 2001년 43건(〃 3명), 2002년 23건(〃 1명).

수치상으로는 사고발생 건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지만 이곳을 통행하는 차량(하루 왕복 2만8000대) 대부분이 울산공단을 드나드는 대형 트럭이어서 사고가 났다 하면 참사로 이어진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이강오(李康五) 울산지소장은 “국도 7호선 중 울산 구간은 기존 왕복 2차로를 4차로로 확장하면서 난공사를 피하고 공사비를 적게 들이기 위해 도로 선형을 개선하지 않아 급커브가 많이 남아 있다”며 “교통안전 시설물 보강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 기획단 전문위원) 신부용(교통환경 연구원장)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김태환(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

▽협찬〓손해보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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