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지구촌 표정]“꿈의 球宴 막올랐다”

  • 입력 2002년 5월 31일 18시 55분


“여기는 역사적인 월드컵 개막식이 열리는 서울입니다.”

31일 새벽 공동개최국 일본의 TV들은 모두 서울을 위성으로 연결해 서울분위기를 생중계했다. 제목은 ‘월드컵 오늘 개막중계-서울 최신정보’ ‘역사가 오늘 시작된다-월드컵 개막, 서울에서 생중계’ ‘월드컵에 새로운 역사가, 서울 생중계-세계가 흥분 모드에 돌입’ 등 다양했지만 마이크를 잡은 아나운서들의 목소리에는 일본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는 흥분이 느껴졌다. 이날 방송들은 매시간 뉴스를 통해 서울 소식과 이번 월드컵의 의미를 전하는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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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10개 개최도시들도 일본 국민 특유의 꼼꼼함을 살려 일찍부터 착실하게 대회를 준비해 왔다. 일본인들의 최대 관심거리도 역시 자국팀의 16강 진출여부. 일본은 98년 프랑스 대회에 첫 출전했으나 이긴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이번에 첫 승을 목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도 한국과 비슷하다.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라며 무사히 대회가 치러졌으면 하는 바람도 강하다.

신문들은 이번 월드컵이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리는 것이며 한일 공동개최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강조했다. 또 사설을 통해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했다. 아사히신문은 “우리들은 95년 사설에서 월드컵의 ‘일한 공동개최’를 제안했다. 당시와 비교해 일본과 한국의 공기는 분명히 바뀌었다”며 월드컵 준비과정에서 이뤄진 한일간의 교류확대를 환영했다. 이어 사설은 “축구는 내셔널리즘을 자극하기 쉬운 경기지만 세계공통언어이기도 하다”며 “앞으로 한달간 세계공통언어가 말하는 세계의 플레이를 마음껏 즐기자”고 제안했다.

또 30일의 전야제에서 한국과 일본의 가수들이 함께 부른 월드컵 주제가에 들어있는 일본어 가사가 그대로 생중계된 것은 처음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NHK의 아나운서는 한국의 축구팬들이 스포츠토토복권에서 한국은 16강에 들어가고 일본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데 대해 섭섭함을 표시하며 “한국의 예상을 ‘배반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본팀을 응원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에서의 경기는 1일 오후 니가타(新潟)의 아일랜드-카메룬전과 삿포로(札幌)의 독일-사우디아라비아전으로 시작된다. 이 때문인지 방송과 신문들은 이들 지역의 준비상황도 자세히 전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프랑스, 사무실에 TV설치 붐…휴가 사태도▼

‘지난 대회 우승국과 처녀 출전 팀의 대결.’

개막전에서 격돌하는 프랑스와 세네갈의 표정은 팀 전력의 객관적 평가만큼이나 대조적이다.

프랑스 국민은 축구대표팀을 지칭하는 ‘레 블뢰(Les Bleus·푸른 전사들)’가 세네갈을 결승 고지로 향하는 여정의 첫 제물로 삼을 것으로 확신한다. 반면 세네갈에서는 첫 경기에서 최강팀을 만난 데 대한 우려의 소리고 높다고 주세네갈 한국대사관(대사 조일환·曺一煥) 측은 전했다.

빈부의 차는 크지만 두 나라 모두 축구 열기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

전통적으로 사무실이나 작업실에 TV를 두지 않는 프랑스지만 개막전을 앞두고 TV를 설치하는 곳이 크게 늘었다고 프랑스 언론들은 전했다. TV를 설치하지 않은 회사에서는 휴가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 카메룬과 나이지리아에 이어 아프리카 축구 강국으로 부상한 세네갈은 31일 전국이 철시(撤市)에 들어갔다. 대부분의 직장이 휴무했으며 학교수업도 개막전이 열리기 전에 끝냈다. 한국대사관 이성호(李誠浩) 서기관은 “세네갈인들 사이에서는 축구선수로 성장해 외국에 진출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성공의 길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프랑스식민지였던 세네갈의 축구선수 가운데는 프랑스 리그에 진출해 있는 선수가 많다. 그럼에도 세네갈 국민은 자국 대표팀이 과거 식민지배국가인 프랑스의 코를 납작하게 눌렀으면 하는 강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세네갈 태생 프랑스 대표선수인 파트리크 비에라의 서울발 인터뷰를 크게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비에라는 “나는 세네갈에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지만 내 국적이 속한 프랑스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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