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장재연/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해야

  • 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45분


대기오염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 환경단체와 언론의 끊임없는 문제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환경단체가 세종로 이순신장군 동상에 방독면을 씌웠을까 싶다. 얼마 전 정부가 수도권 대기오염 특별대책을 발표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의 특별대책은 2012년까지 수도권 대기오염을 현재의 약 3분의 2 수준으로 낮추어 일본의 도쿄와 비슷한 상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발표된 시안을 보면 문제의 진단, 목표 설정, 기대효과 등의 계량화를 통해 정책의 타당성을 높이는 노력 등이 담겨 있어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히 이 특별대책의 효과로 수도권에서 한 해 사망자를 1270여명, 그리고 어린이 천식 입원자를 10%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교통사고 사망률이 높다는 서울에서 한 해 800여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 특별대책의 효과가 얼마나 클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책이 발표되자 큰 기대 속에서도 시민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경유차에만 부과하던 환경개선부담금을 휘발유와 LPG자동차에도 부과하겠다는 재정 확보 방안이 문제가 된 것이다. 수십만원의 자동차 보험료와 비교해서 수만원의 환경개선부담금은 맑은 공기를 누리기 위해서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 관련 세금은 이미 너무 높기 때문에 더 이상 부담을 높이는 것은 시민들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 더구나 많은 서민들은 비싼 휘발유 값 때문에 다목적용 경유차 구입을 생각하지만, 비싼 차량 가격 때문에 망설이면서 빈부의 역차별이라는 정서를 갖고 있다. 환경개선부담금은 이왕 부과하려면 오염물질 배출량이 높은 차종, 연비가 나쁜 고급 차종부터 강력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다목적용 경유자동차에 대해 연료 가격 차이로 인해 얻는 경제적 이익 수준으로 환경부담금이나 환경세가 부과된다면 이들 차량을 구입하려는 시민들은 급격히 감소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대기환경개선 부담금을 원래 목적에 맞게 돌리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논란이 많은 자동차 관련 세금체계를 정비하고 일부를 환경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환경 개선이 반드시 많은 예산이 있어야 가능한 것은 아니다. 환경 기준을 강화하고 자동차 구매나 교통 이용 등을 오염물질 배출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적은 비용으로 가장 높은 효과를 보는 방법이다. 정부 시안에서도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현재 국내 기준이 느슨하다 보니 동일한 차종임에도 불구하고 수출용은 오염물질 배출량이 낮고, 내수용은 오염물질 배출량이 높은 차가 판매되는 경우까지 있다. 세계 경쟁력을 논하는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서야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이러한 기준은 조기에 강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조치는 특별한 재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조기에 시행될 수 있다. 이번 수도권 특별 대책은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조치이므로, 일부의 반발이나 관계 부처의 비협조로 좌절되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 전체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장재연 아주대 교수·예방의학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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