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中 위안貨 약세’ 도 무섭다

  • 입력 2002년 7월 17일 18시 56분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화 자체보다도 중국 위안화의 상대적인 가치하락이 한국 경제에 더욱 위협적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원화 가치가 계속 상승하는 반면 중국 위안화는 약간의 변동폭을 허용하긴 하지만 달러 당 8.27위안대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71.8원으로 마감돼 2000년 11월21일의 1167.5원 이후 20개월만에 가장 낮았다(원화가치 상승). 원-달러 환율은 3월 이후에만 10% 이상 떨어졌다.

이에 따라 위안화는 올 들어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약 10%, 원화에 대해서는 12% 가량 상대적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졌다.

위안화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짐으로써 중국으로 수출하는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지는 반면 중국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의 가격경쟁력은 올라가고 있는 것. 특히 중국 가전제품의 대(對)한국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미국 일본 등 제3국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 상품의 경쟁력이 높아져 한국 상품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미국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산 수출품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기전자, 기계, 합성수지, 신발, 가구, 가죽제품 등에서 중국산은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한국산은 하락 또는 정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기적으로는 제조업체들이 중국으로의 공장 이전을 앞당겨 한국의 ‘제조업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위안화의 상대적인 가치하락에 따라 한국 상품이 ‘4중고(重苦)’를 겪고 있는 셈이다.

무역협회의 최근 조사에서도 국내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9∼11일 대기업 42개사를 비롯해 업종별 주요 수출기업 92개 업체를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환율이 달러당 1200원선을 유지하면 수출 차질이 예상된다는 기업이 75.9%에 달했다. 응답 기업의 93.5%가 ‘채산성이 악화됐다’고 답했으며 15.2%는 적자수출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달러당 1200원 수준에서 대(對)중국 경쟁력은 ‘다소 약화됐다’는 응답이 51.8%, ‘크게 약화’가 32.1%였던 반면 ‘경쟁력 유지’는 16.1%에 불과했다. 대(對)일본 수출경쟁력도 37.5%만이 ‘경쟁력 유지’라고 대답했고 나머지 62.5%는 다소 또는 크게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은 18일부터 이틀간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업체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합동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다.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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