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댄싱 스톡'

  • 입력 2002년 7월 14일 17시 28분


살다보면 앞일을 먼저 알고 싶어 이런 저런 예측을 하지만 제대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잘 맞지 않는 예로서는 복권 일기예보(최근에는 적중률이 많이 높아지긴 했지만), 야간사격, 개구리와 럭비공 튀는 방향 등이 자주 거론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안 맞는 것이 골프다. 초보자 앞에서 한 수 보여주려고, 한번도 이겨 보지 못한 고수를 꼭 이겨보려고 하면 할수록 공은 더 안 맞는다. 가만히 놓여 있는 공을 다른 사람의 어떤 훼방도 받지 않고 내 마음껏 클럽을 휘두르는 데도 공이 뜻하지 않은 곳으로 날아가기 일쑤다.

주가 예측은 골프보다도 더 안 맞는다. 주가가 오를 것 같은 확신을 갖고 주식을 사면 떨어지고 떨어질 것 같아 팔면 주가가 오른다. 마치 마음씨 고약한 ‘뺑덕어미’ 같다. 최근 들어선 밤 사이의 뉴욕 증시 상황에 따라 주가가 춤을 춘다. 종합주가지수가 11일에는 29포인트나 급락하더니 12일에는 28포인트 상승했다. 하이닉스반도체 계몽사 진도 등 일부 종목들은 장중에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르내렸다.

롤러코스트 장세에 ‘춤추는 주식(댄싱스톡)’이 많다는 것은 증시가 취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일반투자자는 물론 기관과 외국인도 시장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하루하루 사고 파는 단타매매에 나서고 있다. 올들어 주식을 샀다가 하루 만에 판 기관은 82.7%나 됐다. 외국인의 78.7%, 개인의 78.1%도 단타매매하기는 마찬가지.

이는 엔론 타이코 머크 등의 분식회계로 미국 증시가 ‘신뢰위기’를 겪는 것이 한국 증시에도 전염되고 있기 때문. 그런데도 한국(증시)은 미국과 다르다는 차별화(de-coupling)론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 기업은 (미국에 비해) 회계분식 문제가 없고, 이익이 사상 최대를 나타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시중금리(연 5∼6%)를 웃도는 데다 주가가 본질가치보다 낮은 종목이 많아 곧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기관차인 미국 증시가 흔들리면서 세계증시도 함께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파도가 심할 때는 바람이 멎을 때까지 배를 띄우지 않는 게 원칙이다. 잔 파도를 타려다(적은 이익을 얻으려다) 배멀미는 물론이고 배가 난파되는 손실을 얻을 수 있다. 증시 주변상황이 유동적일 때는 주가를 섣불리 예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홍찬선 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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