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죽음으로 여성의 존재가치 알려 '한국의 열녀전'

  • 입력 2002년 7월 5일 18시 07분


◇ 한국의 열녀전/이혜순 김경미 지음/468쪽 1만5000원 월인

◇ 조선시대의 열녀 담론/한국고전여성문학회 지음/402쪽 1만4000원 월인

남성들을 위해 인생과 생명까지 희생한 여인들을 미화했던 ‘열녀’.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여성들의 희생을 찬양하고 고무했던 열녀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우리는 당시 여성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가시적 존재가 되지 못했던 조선시대 여인들은 ‘죽음’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공적 담론의 장으로 부상시켰던 것이다. 비록 죽음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서이기는 했지만 ‘열녀’라는 형식은 당시 사회에 여성의 존재 가치를 심각하게 환기시킬 수 있는 주요한 통로였다.

그러나 이런 열녀 담론의 주체는 역시 당시 여인들에게 열녀가 되기를 강요했던 남성 사대부들이었다. ‘한국의 열녀전’은 이런 조선시대의 열녀 담론을 주도했던 남성 사대부들의 열녀전을 모아 번역한 것이다. 고려말부터 개화기까지 남성 문인들의 열녀전 85편을 모으고 작품마다 간단한 해제를 붙여놨다.

‘조선시대 열녀담론’은 열녀전뿐 아니라 한시, 열녀도(烈女圖), 열녀 관련 구비설화 등 다양한 형태로 전해 오는 열녀 이야기에 대한 이 시대 학자들의 담론이다. 담론의 주체는 대부분 여성들이다. 이미 사회적 발언권을 어느 정도 획득한 이 시대의 여성들이 열녀 담론의 주체로 나선 것이다. 이들은 조선시대에 열녀담론이 생성됐던 다양한 경로, 열녀 담론에 나타난 열녀의 재현 양상, ‘열(烈)’ 관념의 다양한 모습 등을 보여준다. 현대의 페미니즘적 시각도 이 열녀 담론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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