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脫)DJ' 무엇인가

  • 입력 2002년 6월 27일 18시 33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탈(脫)DJ’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모양이다. 그동안 머뭇거리던 DJ와의 차별화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것이다. ‘탈DJ’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민주당과 노 후보가 DJ의 그늘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현실에서 그것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탈DJ’의 구체적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민주당 탈당이나 아태재단 해체 문제만 봐도 그렇다. 김 의원이 탈당하고 아태재단을 해체한다고 ‘탈DJ’가 되는 것일까. 노 후보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싫은 소리를 한다고 국민이 ‘탈DJ’가 됐다고 보겠는가. 민주당에서 김 대통령의 내치(內治) 중단 얘기가 흘러나온다고 김 대통령과 민주당이 절연한다고 믿을 국민이 있을까.

김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정치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으니 형식논리로 보면 민주당과 노 후보는 이미 ‘탈DJ’를 한 것이다. 문제는 실질적인 내용이다. 국민은 여전히 DJ와 민주당을 동일체로 보았고 6·13지방선거에서 단호하게 심판했다. 결국 지금의 ‘탈DJ’ 움직임은 선거 패배의 근원이 DJ에게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 동력(動力)은 DJ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면 8·8 재·보선은 물론 연말의 대통령선거에서도 패배하지 않겠느냐는 위기감이다.

물론 대통령 아들들을 비롯한 권력 비리는 청산되어야 한다. 권력형 비리 부패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노 후보와 민주당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보다 진솔하게 반성하는 것이 옳은 순서다. 아무리 ‘제왕적 대통령’ 하에서 당이 무력했다고는 하지만 줄곧 권력 비리를 감싸고 축소시키는 데 급급하다가 이제 와서 모든 것을 DJ 탓으로 돌리며 ‘탈DJ’를 외쳐서야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탈DJ’보다는 공동책임의 인식 하에 민의를 따르는 것이 정도(正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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