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채상헌/일본에도 ´코리아 열풍´

  • 입력 2002년 6월 20일 18시 41분


19일 아침 일본에서는 유학생들이 모여서 토요일 응원을 위한 격문 준비를 했다. “오라! ‘붉은 전사’들이여. 요코하마에서 너의 모습을 보고 싶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

화요일 밤의 한밭(대전)대첩은 감격과 환희 그 자체였다. 내 인생에서 이제껏, 찰나에 그만한 격정에 찬 기쁨을 맛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늘 하루는 대학이나 이웃의 수많은 일본인들에게서 축하 인사를 받으랴, 표정 관리를 하랴 정말 힘들었다. 왜냐하면 같은 날 일본은 터키에 져서 탈락되어버렸으니 마냥 좋아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16강전 패배로 깊은 회한에 빠져 있는 일본의 방송에서도 한국의 선전을 대대적으로 방영하고 있다. 그들은 오랜만에 한국에 대해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표현을 꺼내 들더니 서슴없이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호랑이의 세계 진격’이라고 고쳐 쓰고 있다.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마음)가 다르다고 하지만 실로 자기 일처럼 좋아하며 경탄하고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베컴이나 오웬을 좋아하는 여성 팬들을 제외하고는 ‘강꼬꾸 감바레’(한국 파이팅)를 외쳐대고 있다. 공동개최국으로서 한국이 선전해 주기를 바란다며 두 주먹을 불끈 치켜 올리는 ‘히딩크식 어퍼컷’을 해댈 때는 월드컵 공동 개최가 얼마나 좋은 일이었는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들이라고 왜 속이 쓰리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여기에서 느껴지는 체감온도로는 한국의 마지막 경기가 요코하마에서 열리기만 한다면 한국을 외치는 울트라닛폰의 감동이 스타디움은 물론 일본 열도에 펼쳐질 것만 같다. 우리도 일본의 탈락에 진정 아쉬워하며 월드컵 공동개최국으로 16강까지 올라온 그들의 노고를 치하해 주자. 월드컵이 끝나는 그날 새로운 뭔가가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붉은 전사’는 꼭 요코하마에 와야 한다.

채상헌 일본 우쓰노미야대학 유학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